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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시원서 반려처분 취소 결정의 배경
2003년 03월 18일 () 14:00:00 webmaster@mjmedi.com
한약사시험 응시자격 취지가 핵심

97년에 한약학과 교과목을 '관련과목'으로 확정

약사들이 대량으로 한약사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는 판결이 나옴으로써 한약사제도의 운명이 벼랑에 처하게 됐다.

행정법원은 23일 약대 95·96학번 1천248명이 국시원과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한약사국가시험 응시원서 반려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일부 언론에서는 약대졸업생 1천248명이 한약사국가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영구히 취득할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법원의 판단골자는 ‘99년 복지부가 제1회 시험 직전 ‘한약관련과목 이수의 인정기준’을 발표하여 응시자격을 제한한 것은 위법’이라는 데 있다. 그러므로 인정기준에 입각한 응시자격 심사는 원천 무효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약사법에 ‘한약관련과목 95학점’이라고 규정한, 모호하기 이를 데 없는 기준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라는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약대 학장이 발급하는 한약관련과목 이수 확인서 한 장이면 그만이라는 뜻인지 알 수 없지만 아직 판결문이 전달되지 않은 상태라 뭐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위험스럽다. 피고인 국시원과 보건복지부가 어떻게 대응할지도 아직은 결정되지 않은 상태다. 신중한 자세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러나 법리적 판단을 내리기 앞서 고려해야 할 사항은 모법을 제정할 당시 입법당사자의 생각이며, 그 생각이 법률에 정확히 반영되었는지 여부라고 할 수 있다. 그 법률이 헌법을 위배하지 않는 이상 이 두 가지 사항, 즉 입법취지와 법률자구에 의거해 판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해석방식은 전자를 중시하면 유추해석이 되고 후자를 선택하면 그야말로 자구적 해석이 된다.

한의계는 자구적 해석을 시도할 경우 판단에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법률이 제정된 맥락을 이해하면 논란은 간단히 해결된다. 법의 원래 취지는 전문적 지식이 없는 양약사에게 한약을 취급하지 말라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95·96 학번은 이런 취지로 개정된 약사법과 약사법시행령이 통과된 뒤 입학한 사람들이어서 한약조제약사와 달리 기득권을 요구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2차 시험 전에 인정기준을 발표한 것이 문제라면 문제지만 내용적으로 한약관련과목이 정해진 것은 이미 확정된 상태였다. 한약관련과목이 한약학과 교과목으로 정해진 시점은 97년이었다.

이에 따라서 보건복지부가 99년 발표한 ‘한약관련과목 이수 인정기준’은 97년 당시의 한약학과 교과목을 71개라고 부연설명한 데 지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94년 약사법시행령과 시행규칙 입법예고 할 때 당시 차관이었던 주경식씨가 95학점이 양약과목과 별개의 한약과목임을 확인해준 사실에서도 그 취지를 이해할 수 있다.

사실이 이런데도 인정기준을 시험이 코앞에 닥쳐 발표했다는 이유 등으로 위법이라고 몰아부친다면 넌센스다. 중요한 것은 필수 5개분야 20개 전공과목을 반드시 이수하고 한약관련과목 95학점을 이수했느냐 여부다.

나무를 보기 이전에 숲을 관찰하는 지혜를 발휘할 일이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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