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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한의사가 강할 수 밖에 없는 이유 - 김중길
2004년 07월 23일 () 14:00:00 webmaster@mjmedi.com
   
 
기본 소양 구비로 서양인보다 비교 우위

김 중 길 (원광대학교 순천한방병원 3과 과장, 전 몽골파견 국제협력의)


■ 원서(TEXT) 콤플렉스 ■

세상의 거의 모든 새로운 정보나 지식들은 영어로 발표되고, 그것들의 교환도 영어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은 이제 논란의 대상이 아닙니다. 그래서 세계의 모든 비 영어권 나라에 사는 인류는 영어에 대한 스트레스를 너무나 많이 받고 있습니다.

우리 한민족의 역사 속에서 학문적인 논의를 할 때 사용되어진 언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까지의 한자와 해방이후 지금까지의 영어입니다. 한글과 우리말을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고 사실이 그렇다는 것입니다. 의학만 가지고 보더라도 우리의 자랑스러운 선배들은 모두 한자를 사용하여 인체와 질병과 약과 침을 배웠습니다. 아직까지 우리도 그렇게 배우고 있는 실정입니다.

한학에 대한 일천한 지식으로 한의과대학에 입학하여 천자문부터 시작하던 저의 힘들었던 대학 생활이 아마 몇몇을 제외하고는 우리 모두의 아름다운 추억일 것입니다. 조선시대에 진정으로 민중을 사랑하고 민중 속에서 인술을 펼쳤지만 한학에 대한 일천한 지식으로 자신들의 경험을 우리에게 전하지 못하고 사라진 선조들도 많을 것입니다.

세계의료 시장은 시커먼 원유를 정제하면서 얻은 지식들을 과학이라는 논리로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다국적 공룡 제약, 생명공학 기업들의 손에 놀아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물론 그 지식들의 거의 대부분은 영어라는 언어로 발표되고, 교환되고, 발전되고 있습니다. 학문의 깊이와 성취 정도를 SCI 등의 세계적인 기준으로 판단하는 시대가 되어버린 지금, 그들이 사용하는 언어와 그들이 제시한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면 수준 미달의 인간으로 인식되는 세상입니다. 그렇지만 어찌보면 한국이라는 나라에 태어난 우리는 차라리 세상의 모든 새로운 지식들이 영어 하나로 통일 되어서 나오므로 더 편할 지도 모릅니다.

한국에서 학문을 하려고하면 원서인 영어를 판독하는 능력이 없으면 아무리 뛰어나도 인정받기가 쉽지가 않은 현실입니다. 한의과대학 등 특수한 대학을 제외한다면 대학에서 연구를 하든, 현장에서 활동을 하든 유학을 다녀오지 않으면 행세를 할 수 없는 시대입니다. 특히 서양의학의 미국 독주체제는 확고하여 거의 모든 새로운 진단법, 치료법 및 약물, 수술법 등은 미국에서 개발되어서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만난 대부분의 양방의사들이 가지고 있는 영어 콤플렉스가 이유가 없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새로운 것들은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데, 한국에서 그것들을 받아들이기에는 너무나 많은 시간이 필요한 실정입니다.

전문적인 의학 용어로 가득 차 있는 서적을 번역가들에게 맡겨서 번역을 할 수도 없는 것이고 또 그렇다고 우리말도 아닌 영어로 쓰여진 책들을 우리가 소설을 읽는 정도로 읽을 수도 없고… 그래서 결국은 모든 시스템이 갖춰져서 여러 가지 여건이 되는 대학병원이나 큰 종합병원의 몇몇 의사들이 번역한 책을 가지고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렇지만 전문 용어들은 또 번역을 할 수가 없어서, 지금까지 제가 만난 양방 의사들은 원서(Text)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었습니다. 이 콤플렉스는 한국의 의사들 뿐만 아니라 비 영어권 나라의 모든 의사들이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콤플렉스일 것입니다.

과학적이라는 이유만으로 그것이 진리인 것처럼 세상을 휘젓던 양방의학에 대한 불신이 서구에서부터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래서 대체의학, 통합의학 등등의 말들로 포장되어 차가운 수술칼이 아닌 보다 인간적인 치료를 받고자 원하는 고객들에게 다가가고 있습니다. 우리가 한의학이라고 부르는 중국전통의학(Traditional Chinese Medicine), 인도의 아유르베다, 달라이 라마 때문에 유명해진 티벳 전통의학 등이 인간적인 것에 목말라 하는 서구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자료와 학문적 체계가 잘 잡히고 서양인들이 많이 배우고 싶어하는 것이 TCM입니다.

대체의학 서적 전문 출판사의 서적은 대부분 TCM에 관한 것입니다. 그중에 한국 한의사가 썼다는 책은 1~2권 정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어쨌든, TCM을 배우고 싶어하는 서양인들은 영어로 씌여진 자료가 부족하다는 것을 뼈져리게 느끼면서 그 자료들을 3가지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첫째, 중의사가 쓴 자료. 뭔가 있을 것 같은데 너무 어려운 영어로, 즉 일반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영어로 써져 이해하기가 너무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둘째, TCM을 배워서 어느 정도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서양인이 쓴 자료. 이해하기는 쉬운데 뭔가 깊이가 부족한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셋째, 중의사와 TCM을 배운 서양인이 쓴 자료. 셋 중에서 그래도 가장 나은 자료로 분류됩니다. (미국에서 TCM을 배운 독일인 침구사의 진술)

몽골에서 활동하던 중에 독일인 침구사와 약 2년 정도, 한의학에 대해서 서로 공부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여러 가지 시도를 하다가 우리가 內外傷辨이라고 하는 東醫寶鑑 雜病篇에 나오는 내용을 가지고 공부할 때가 있었습니다. 다행히 그 독일인도 그것을 학교 때 배웠다고 해서 이야기가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원문을 제가 영어로 아무리 설명을 해도 이해를 하지 못하고 서로 다른 의견을 견지할 때가 많았습니다. 너무나 답답해서 내입에서 나온 한마디. “원문의 의미는 이것인데 영어로 번역을 잘못해서 그런 것이다.” 결국 게임 끝. 원문을 해독할 수 없는 독일인의 백기 투항이었지요. 그 후 그 독일인은 시간이 있을 때 마다 한자를 배워 보려고 무던히 노력을 하였습니다. 또한 중국어를 배우기 위해서 과외를 하기도 하였지요. 그러나 우리가 영어를 십년 넘게 배웠다고 하는데 어쩔 수 없는 것처럼, 서양인들이 그림 같은 한자를 익히기가 쉬운 것은 아닙니다.

생활수준이 높아갈수록 한의학(대체의학)에 대한 관심은 높아집니다. 즉, 돈이 많은 선진국에서 한의학에 대한 수요가 더 증가하고 있고 또 앞으로 그럴 것입니다. 원문을 읽고 해독할 수 없는 노랑 머리가 놓는 침과 한약이 까만 머리, 까만 눈의 Asian이 놓는 침보다 효과가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는 지금이 많은 시련의 기간이지만, 그 울타리를 제거한다면 그 넓은 세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북미, 유럽 등에 세상의 거의 모든 돈들이 몰려 있습니다. 그러나 그곳에는 제대로 된 전통의학은 없는 실정입니다. 또한 그곳에서 대체의학을 배워서 시술하고 있는 치료사들은 항상 제대로 된 자료에 목말라 하고 있습니다.

또한 선진화된 나라의 부유층들은 과학으로 포장된 차가운 의학에 대한 회의감이 강합니다. 의학이나 과학으로 한국인이 세상을 재패할 수는 없지만, 기본적인 소양이 제대로 갖춰진 우리 한국 한의사들은 그들(서양의 한의학 전공자들)보다는 항상 비교 우위에 서 있는 것입니다. 결국 한의학의 원천인 그 많은 고서들(원본)을 읽고 해독할 수 있는 한의사(서양 침구사 포함)는 세계적으로 몇몇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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