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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수의 중국통신 ‘역사는 어디로 흐르는가’(6)-새롭게 태어난 한의학
2004년 04월 20일 () 10:01:00 webmaster@mjmedi.com
   
 
“사상의학은 인간을 설명하는 새로운 인체학”
‘언어’보다는 ‘의미’를 중요시 해야

사진上 - 광둥성 소속 중의종합병원(광둥성 중의원)의 입구. 광저우중의약대학의 수련병원(임상의학원)이기도 하다. / 사진下 - 광둥성 광저우시의 모습.

8. 한의학 - ‘사상의학’으로 새롭게 태어난 한의학

이곳 중국에서도 인터넷을 통해 한국의 대통령선거 소식이나 다른 많은 뉴스, 의견들을 속속들이 알 수 있어서 역시 한국은 정보화의 강국이라는 생각이 든다.

2010 엑스포 개최도시가 ‘상해’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이 이곳 중국사람들에게는 꽤 놀랍고도 기쁜 뉴스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인구 60만명정도의 한국의 작은 도시 ‘여수’가 1천300만 명의 인구를 갖고 있는 거대한 국제적 도시 ‘상해’를 상대로 결선 투표까지 갔다는 것 자체에서 ‘한국’의 힘을 느낄 수도 있었다. 비록 작은 도시이긴 하지만 중국사람들은 ‘한국’을 제치고 자신의 나라, ‘상해’에서 엑스포를 개최할 수 있다는 데 또다른 ‘카타르시스’를 느꼈다고 생각한다면 지나친 상상일까?

2008년 북경올림픽, 2010 세계엑스포 등 연속적으로 대규모 행사를 치르는 중국의 모습은 왠지 희망적이고 미래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러한 화려한 뉴스 한편으로 들려오는 ‘북한이 식량부족으로 2003년에 500만 명이 굶어 죽을지도 모른다’라는 뉴스는 또 다른 충격을 준다.

과거에는 서로를 ‘형제의 나라’라고 하며 비슷한 경제적 상황을 가지고 있던 북한과 중국이 지금에 와서는 왜 이렇게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가? 적어도 중국에서는 현재 ‘굶어 죽어가고 있다’라는 소식을 듣기가 어렵다.

이곳 중국의 남부 ‘광주’지역에서 보면 (다른 농촌의 생활환경은 어떨지 모르지만) ‘먹을 것’이 없어서 굶주려 쓰러지는 상황은 생각하기가 어렵다. 비록 도시의 평균임금이 우리 돈으로 15만원 내외라고 한다고 해도 말이다. 이러한 북한과 중국의 차이를 한마디로 설명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어찌됐든 어린이들이 식량부족으로 배를 곯는다든지 굶어 죽는 일들이 점점 많아진다면 슬픈 일일 것이다. 외국인들에게 내가 한국 즉 Korea 에서 왔다고 하면 북한인지 한국인지를 물어본다. 대부분이 같은 민족이란 걸 알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북한사람들이 굶어죽는다’는 소식을 들으면 그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얼마전 북한이 신의주를 경제특구로 만들어서 홍콩이나 상하이와 비슷한 곳으로 만들겠다고 공표하고 중국인을 대표로 임명했었다. 그렇지만 중국당국에서 그 중국인에 대해 그동안의 중국 내에서의 범죄행위를 찾아 내 구속했다. 당연히 신의주 특구는 출발부터 빛이 바래고 있다.

물론 그동안 중국이 북한을 경제적으로 많이 도와주었다고도 한다. 그런 만큼 중국정부는 북한이 보다 자신들과 ‘협의’하기를 바랄지도 모른다. 2010 세계엑스포 개최선정 소식을 보고 중국이 점점 더 ‘세계의 또다른 중심’이 되어가고 있음과 그를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중의학’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지금 미국이나 세계 각국에는 중국의 인구에 비례하여 압도적으로 많은 수의 ‘중의사’가 진출해 있다. 그래서 ‘침술’과 ‘아시아 전통약물(중약, 허브)’, ‘마사지(추나, 지압 등)’ 등은 당연히 ‘중의학’이라는 이미지가 심어져 있다. 즉 중국이 ‘주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한의학이 ‘기존의 고대 한문고전과 이론’을 주요 내용으로 세계에 진출하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중의학’을 설명하고 있는 것으로 인식될 것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학문의 용어선택’과 ‘학문의 본질적 의미’에 대해서 고민하게 될 것이다. 즉 예를 들면 한의학의 기본 사상이라고 생각되는 ‘음양’을 ‘한자’로 표기하는 것과 ‘한글’로 표기하는 것 중 어느 것이 ‘본질적으로 옳은 것인가’하는 문제에 부닥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의학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한자’로 쓰는 것이 ‘절대적’으로 ‘옳은 것’이라고 할 것이다. 그리고 그 밖의 언어, 예컨대 ‘한글’이나 ‘영어’등으로 음역해서 쓴다면 그것은 ‘껍데기’를 표현하는 것이며 본질적 의미를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은 한국의 한의사들도 충분히 가질 수 있는 생각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우리는 그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음’이란 한자를 보고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늘, 그림자, 서늘함’등의 의미를 ‘떠올리게’ 되고 ‘양’이라는 글자를 보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볕, 햇빛, 따듯함’ 등을 ‘느낄’ 수 있는 것일까?

결국 ‘언어’, ‘문자’는 ‘정보전달’의 수단이다. 그것은 ‘인간의 약속’인 것이지, 그 언어나 문자 자체가 어떤 실질적 ‘능력이나 에너지’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즉 ‘소금’은 실질적으로 ‘짠 맛’을 갖고 있고 ‘불’은 ‘뜨거움을 주거나 음식을 끓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소금’이나 ‘불’이 ‘salt’ 나 ‘fire’ 로 바뀌어서 표현된다고 해도 그 ‘능력’을 잃어 버리는 것은 아니다.

단지 ‘다른 언어’로 표현되었을 때 그와 연결되는 수 많은 ‘설명’, ‘이론’ 등이 동시에 똑같은 방식으로 ‘변환되어’ 표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혼돈’과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 말이다.

우리는 이러한 대표적인 예를 ‘기독교’와 ‘불교’의 전파에서 알 수 있다.
기독교와 불교 모두 현재 설명되고 있는 대부분의 ‘언어’가 그 본래의 ‘언어’가 아니다. 즉 다른 언어로 ‘번역’되어 세계적으로 전파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기독교’나 ‘불교’가 ‘변질’되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인가?

물론 인간의 ‘언어’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그것은 ‘인간의 생각과 정보’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지 ‘언어’자체가 ‘본질’이 될 수는 없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는 한의학이 고대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언어’ 자체에 집착하기 보다는 그것이 가리키는 ‘의미’를 더 중요시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의미’의 정확한 ‘경계선’들을 만들어서 보다 ‘정확한’ 의미를 갖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발전’이고 ‘진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이제마의 ‘동의수세보원’은 뛰어난 ‘진보’를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이제마는 그의 저서 ‘동의수세보원’에서 고대 문헌들의 기록, 심지어 ‘소문’이나 ‘신농본초경’ 등에 대해서도 그 ‘기록’의 진실성에 대해서 ‘고려’해 보아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좀 더 ‘현실’에 맞는 의학이론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즉 그는 전해져 내려오는 ‘문자’ 자체보다는 그것이 나타내는 ‘의미’에 대해서 좀 더 깊은 ‘고찰’과 ‘검증’을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좀 더 ‘열린 자세’와 ‘열린 마음’으로 ‘인간’과 ‘의학’을 연구해나가는 길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제마’는 한의학에 희망을 주었던 것이다. ‘한의학’이 좀 더 ‘인간’과 ‘의학’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한 것이다.
그의 ‘오장 육부’에 대한 개념은 기존의 개념과는 파격적으로 다른 것이다.

그는 과감히 기존의 ‘오행과 오장’ 관계를 끊어 버리고 새로운 ‘오장 개념’을 제시하였다. 우선 ‘오장’을 ‘폐, 비, 간, 신’의 ‘사장’과 ‘심’으로 ‘이분’하였다. 즉 체내 장기의 대표적인 4가지- 폐, 비, 간, 신을 그 ‘위치적 분별(위에서부터 아래로)’로 인식하였고 ‘심’은 ‘중앙의 공통적 존재’로 설정하였다.

그리하여 ‘폐, 비, 간, 신’ 의 ‘4장’은 ‘크고 작음(대소, 태소)’의 변화를 가질 수 있다고 하였고 ‘심’의 ‘1장’은 ‘태극’이라는 개념으로 ‘한가지로 같음(일동)’을 강조하였다.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사상의학적 개념이 ‘내경’에 이미 나와 있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그렇게 확대 해석 한다면 도대체 무엇이 새로운 것이고 무엇이 발전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사실 내경을 살펴보면 ‘간,심,비,폐,신’을 지금의 ‘사상의학’에서와 같이 ‘ 심은 태극이고 폐,비,간,신은 사상’으로 설명하는 것을 찾기가 어렵다. 이러한 ‘심은 태극, 폐-비-간-신은 사상’이라는 개념은 ‘사상의학’이 인간을 설명하는 ‘핵심적 인체해석’이며 곧 새로운 ‘인체학’인 것이다.
한국의 한의학은 그것을 통하여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계속>

필자 e-mail : hangl98@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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