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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895> - 『醫書針穴謌』②
고사리 손으로 그려진 임상침혈도
2019년 12월 14일 () 06:00:22 안상우 mjmedi@mjmedi.com

이번에는 지난주에 미처 다 하지 못한 침구도 얘기를 좀 더 나눠보기로 하자. 이미 말한 것처럼 이 사본이 지닌 대표적인 특색으로 경혈위치를 표시한 손 그림이 여러 장 그려져 있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물론 이 그림들은 작성자가 거친 솜씨를 발휘하여 휘적휘적 그려낸 線描로 전문 화원의 솜씨와는 거리 먼 자작 경혈도이다. 어린애 장난 같은 다소 우스운 모습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나름대로 매우 고심하여 표시한 임상실전용이 틀림없다.

   
◇ 『의서침혈가』

본문에서 처음 등장하는 그림은 사지를 크게 벌린 채 앞을 향해 서있는 모습인데, 迎香, 池倉(地倉), 勞宮, 太淵, 上星, 耳門, 谷池, 膈腧, 水盆(水分)과 같은 몇 가지 특정 혈위만 표기되어 있다. 게다가 손과 발의 엄지 끄트머리에 표시된 貴安이란 기혈명과 슬개골 아래에 표시한 大穴이란 혈위는 일찍이 다른 의서나 임상침구서에서는 전혀 보지 못했던 치료혈이다. 아마도 이런 것들은 작자가 임상에서 즐겨 쓰던 경험혈을 표시한 경외기혈로 추정된다.

그 다음으로는 手背와 手掌, 足掌과 足背로 각장마다 2컷씩 나누어 그린 부위도가 그려져 있는데 안과 밖을 구별하여 총 4장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여기에도 경혈명칭에는 다수의 이명, 이칭이 등장하는데, 예컨대 池口(支溝), 上梁(商陽), 小湘(少商), 擲擇(尺澤), 箕門(期門), 谷川(曲泉), 膝安(膝眼), 危重(委中), 風是(風市), 伏退(伏兎), 節骨(絶骨), 海溪(解溪), 申脈(神脈), 淋浥(臨泣), 屬骨(束骨), 地陰(至陰), 升山(承山) 등이다. 하지만 다른 그림에서도 동일하게 적혀있는 것으로 보아 단순 오자가 아님이 분명하다.

또 간혹 임상경험에서 얻어진 경외기혈로 보이는 것들이 눈에 띤다. 예컨대, 팔굼치의 外小海, 內小海, 谷池 그리고 손바닥 외측의 손가락과 연접부위에 顚谷이라 표기한 혈위는 생소한 것이어서 작자가 평소 임상에서만 별도로 사용해오던 경험혈로 보이는데, 아마도 필자 생각에는 조선 후기 실전임상에서 작성된 침구경험서 안에 이와 같은 것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되어 향후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추적해야 할 것으로 여겨진다.

다소 투박하지만 전신경맥순환도와 신형장부도도 그려져 있다. 이 책에서는 아무런 제목도 붙여져 있지 않지만 아마도 이들 두 가지 그림은 『동의보감』신형편과 『의학입문』경락기지도에서 차용하여 보고 베껴둔 것으로 보이는데, 지면이 협소하여 상세하기 그려 넣지 못하고 거칠지만 개요만 표시한 것이 아닌가 싶다.

다음으로는 등장하는 手經脈總圖와 足經脈總圖는 『만병회춘』에 나오는 것을 밑그림으로 하여 그려 넣은 것으로 보이는데, 앞의 그림에서 경맥순환을 자세히 그리지 못한 탓에 이것으로 보충하는 의미가 있다. 10指端의 삼음삼양맥의 분포와 기시처를 표시하였으며, 족부에도 역시 삼음삼양맥의 분포와 기시는 물론 膕, 膝, 脛骨, 足後跟, 踝와 같이 몇몇 주요 부위처가 표기되어 있다.

이어 경락총론이라는 중간 제목 아래 鍼之量寸에서는 수족부, 두부, 복부, 배부로 나누어 양촌법을 제시하였고 鍼之補瀉에서는 주로 호흡보사법을 소개하였다. 그 뒤를 이어 12경맥혈가가 차례대로 등장하며 주요 혈위도 함께 기록해 두었다. 그 끝에는 조선침구서에 자주 등장하는 四花穴灸法圖가 그려져 있다. 이 역시 오래 전부터 전해져 오면서 여러 책에 옮겨 실려 오던 그림이다.

이후론 治病穴類라는 제목으로 각종 질환별 치료요혈을 실어놓았는데, 제풍부, 상한부로부터 소아부, 창독부, 잡병부까지 다양한 병증문이 이어진다. 권미에는 운지법을 위한 구궁도가 그려져 있는데, 고사리처럼 표현된 손 모양에서 동심이 배어있는 듯하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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