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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공공자원화 사업 치료 기술(9) 청열윤피탕(건선)
한의학 치료기술 공공자원화 정보화 단계를 마치며
2019년 12월 12일 () 06:56:53 이기훈 mjmedi@mjmedi.com
   

이기훈

강남동약한의원

대표원장

‘다양한 한의약 치료기술과 처방의 발굴 및 과학적 검증을 통한 근거 창출 발판을 마련한다.’는 취지의 ‘한의학 치료기술 공공자원화’에 관한 과제가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과제 자체가 신선하다는 생각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이전의 과제는 대부분 학교나 병원급에서 수행할 수 있는 과제였는데, 이번에는 주체가 임상한의사의 연구였기 때문입니다. ‘한의학 치료기술 공공자원화’ 과제는 임상가의 경험을 객관화하고 표준화하는 근거를 만들기 위한 방향이어서, 임상가의 입장에서 치료 경험을 객관적으로 검증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지원을 하게 되었습니다.

10년 이상 오로지 건선(乾癬) 환자 치료에 매진해 오면서 한의학이 가진 건선 치료 효과가 엄청나게 뛰어남을 임상에서 많이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건선 환자들이 제대로 된 정보를 얻지 못하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습니다. 건선으로 고통받고 있는 많은 환자들에게 객관적인 정보를 주기 위해서 이번 과제를 잘 활용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다행히도 ‘건선’이라는 주제가 이번 과제에 선정돼서 1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지금까지 해 온 치료 과정들을 되돌아보고 객관적으로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필자가 건선 치료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정한 원칙이 있었습니다.

첫째, ‘표준화된 처방을 사용하자.’ 건선과 같은 난치성 질환은 표준화된 처방을 사용하지 않으면 그 근거가 취약하게 되고, 이는 치료 결과의 객관성을 확보하는데 장해가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나의 처방이 정해지면 가미를 하지 않고 정해진 표준 처방을 투약해서 객관적인 투약 전후 결과를 얻고자 했습니다.

둘째, ‘외용제를 사용하지 말자.’ 외용제를 사용하게 되면 단기간에는 외형적인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되겠지만, 어떤 작용으로 인해서 건선이 회복되는지 정확한 기전을 파악하기 어렵게 됩니다. 외용제의 효과는 지속적이기 보다는 대부분 일시적이므로 정확한 치료 경과 확인을 위해서 오로지 탕약만 투약해서 경과를 파악했습니다.

셋째, ‘모든 환자에게 투약전후 간기능 검사 결과를 확인하자.’ 건선은 한 번 치료를 시작하면 장기간의 치료가 필요한 만큼 환자들이 가지고 있는 막연한 불안감을 해소시킬 필요가 있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간기능 검사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투약 전후 모든 환자에게 간기능 검사를 실시했으며, 평균 1개월 단위로 모든 복약이 끝날 때까지 지속적인 검사를 해서 데이터를 축적했습니다.

이번 과제를 통해서 하나의 처방으로 건선을 치료할 수 있는지,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승마갈근탕(升麻葛根湯)을 기본방으로 한 청열윤피탕(淸熱潤皮湯)을 투약해서 건선을 치료한 케이스를 모두 정리해 보았습니다. 건선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 현재까지 가장 많이 투약한 처방이 청열윤피탕이기 때문이었습니다.

현재까지 수 천명의 건선 환자를 치료하면서 국내 논문을 검색해 보면 대규모 인원을 상대로 건선을 치료한 논문이 발표된 적이 없었습니다. 특히 단일 처방으로 건선을 치료한 케이스가 100케이스는 고사하고 10케이스를 넘는 것도 없었습니다. 필자는 이번 기회에 청열윤피탕의 효능 및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서 IRB를 신청하고 승인을 받은 이후 차트 리뷰를 통해 10년 이상의 건선 치료 과정을 정리해 보기로 했습니다.

2007년부터 2018년 7월까지 건선 치료를 위해 내원한 건선 환자 3589명 중에서 치료 시작부터 끝까지 청열윤피탕만을 사용한 환자는 201명이었는데, 그 중에서 미성년자를 제외한 성인은 총 177명 이었습니다. 이 인원을 토대로 청열윤피탕이 건선 치료에 어떤 효과가 있으며, 안전한 처방인지에 관해서 데이터 분석을 전문 기관에 의뢰하였습니다.

주된 분석 목표는 ‘청열윤피탕이 건선에 효과가 있는가?’와 ‘청열윤피탕은 장기 복용을 하더라도 안전한가?’ 였습니다. 그래서 모든 환자로부터 건선의 심각성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인 PASI(Psoriasis Area Severity Index) 지표를 조사한 이후 통계 분석을 의뢰했는데, 분석 결과 치료 전후 PASI 지표는 유의미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청열윤피탕이 건선 치효에 효과적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간검사 수치를 조사한 결과도 분석했는데, 이 또한 모두 치료 전후 유의미한 차이가 나지 않았다는 결과가 나와서 장기간 건선 치료를 위한 청열윤피탕 복용이 안전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물론 필자가 2012년 발표한 ‘건선으로 3개월 이상 한약을 복용한 82명의 간수치 변화’라는 논문에서 확인한 것처럼 이미 한약의 장기간 복용이 간기능 검사에서 문제가 없었다는 결론을 과거에 얻었습니다. 이번에는 그 두 배 이상의 환자와 평균 150일의 한약 복용 기간에도 간기능에 변화를 주지 않는다는 결론을 얻은 것이 가장 큰 수확 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동국대학교 생리학교실 양인준 교수님과 실험적 연구도 동시에 진행하였는데, 이 연구에서도 유효성과 안정성 부분에 있어서 효과가 있으면서도 안전하다는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이와 같은 분석 결과는 현재 SCI급 저널에 투고 예정입니다.)

이번 과제는 건선 환자에게 청열윤피탕이 충분히 치료 효과가 있으며, 안전함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과제를 수행하면서 실험적 연구도 동시에 진행하였기에 임상 한의사 개인이 하기 어려운 실험적 부분에 관한 결과물도 얻을 수 있었다는데 많은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 과제는 ‘건선’이라는 질환에 있어서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증하는 목표가 어느 정도 달성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다음에 이러한 과제를 준비하는 선생님이 계신다면 논문을 작성하기 위한 프로토콜을 미리 만든 이후 환자로부터 진료 중 얻을 수 있는 데이터를 차곡차곡 축적한 이후 IRB 승인을 얻고 차트 리뷰를 한다면 훤씬 더 가치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탕약을 처방시에 투약하기 위한 모든 과정이 표준화 되어 있어야 객관적인 데이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처방의 구성, 전탕 시간, 전탕 방법, 물양 등 모든 부분을 표준화해서 동일한 지표를 갖고 환자에게 투약을 해야 논문에 사용할 수 있는 객관적인 데이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한의사들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투약 중에 가미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만약 논문을 쓰거나 과제를 수할 때는 이런 부분이 많은 데이터의 결측치를 가져오고, 이는 결국 논문의 질 저하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전혀 다른 처방으로 바꾸는 경우가 아니라면 결과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가미를 피하는 것이 효율적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이러한 과제에 더 많은 예산이 투입되고, 많은 논문이 발표된다면 임상가에서 유효한 치료를 검증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한의학의 표준화, 객관화를 추구할 수 있으며, 환자 및 전 국민적인 신뢰를 얻는데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 연구 관련 상세내용은 국가한의임상정보센터(www.nckm.or.kr)-공공자원화-사업 사업성과 코너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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