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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아름다운 이별은 없다
영화읽기┃결혼이야기
2019년 12월 13일 () 06:00:12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예전 TV 프로그램 중에 <사랑과 전쟁>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실제 이혼 법정에서 있었던 사례를 극화하며 매우 현실적인 내용으로 인해 늦은 시간대에 방영했지만 ‘4주 후에 뵙겠습니다’라는 유행어와 함께 높은 시청률을 올리며 큰 인기를 얻었었다. 흔히 드라마라고 하면 남녀의 사랑을 중심으로 시청자들의 감정을 이입시키는 것과 달리 이혼이라는 민감한 소재를 과감하게 다루면서 오히려 속 시원히 얘기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간접적으로나마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 비슷한 상황에 놓였던 사람들뿐만 아니라 일반 시청자들의 공감을 살 수 있었던 것이다.

   

감독 : 노아 바움백

출연 : 스칼렛 요한슨, 아담 드라이버

남편 찰리(아담 드라이버)는 브로드웨이에서 잘나가는 연극 연출가이고, 아내 니콜(스칼렛 요한슨)은 한때 스타였지만 지금은 남편의 작품에 출연하는 연극배우이다. 두 사람은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했으나 여의치 않아 이혼하기로 결심하지만 여섯살 난 아들 헨리(아지 로버트슨)의 양육권 때문에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니콜은 헨리를 데리고 뉴욕을 떠나 자신의 고향인 LA로 오게 되고, 찰리는 다시 뉴욕으로 헨리를 데려가려고 한다. 그러던 차에 두 사람 사이에 이혼 전문 변호사들이 개입되면서 그들이 원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걷잡을 수 없이 치닫게 된다.

영화 <결혼이야기>는 1992년에 개봉하여 그 당시 우리나라에 로맨틱코미디 장르를 개척하며 큰 인기를 끌었던 작품과 동명이지만 내용적인 면에서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제목만 보고 뻔한 영화라고 생각해서 그냥 넘어간 관객들도 있겠지만 이 영화는 <이혼이야기>라는 제목이 적당한 작품으로 이혼소송을 하는 부부들의 이야기를 매우 리얼하게 표현하고 있다. 물론 미국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와는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평소 접하기 힘든 이혼 과정을 마치 옆에서 지켜보는 것 같이 특별한 가감장치 없이 그대로 전하고 있고, 이에 따른 주인공들의 감정 변화를 고스란히 느끼게 해준다. 사실 노아 바움백 감독 자신이 이혼하는 과정에 경험했던 이야기들을 담다보니 영화는 더욱 더 현실적으로 그려질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특히 미장센을 강조한 영화적 특성이 반영된 화면보다는 쉴 새 없이 나오는 배우들의 대사들과 이를 롱 테이크로 촬영하며 마치 연극 한 편을 보는 것과 같은 사실적인 표현을 강조하며 이 영화만의 매력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그로인해 약간 지루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 영화의 백미는 이 두 사람이 할 말 못 할 말을 다하며 다투는 장면이다. <스타워즈>와 <어벤져스> 등의 영화에서 전사 이미지를 보여주던 아담 드라이버와 스칼렛 요한슨이 현실부부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며 극한 감정으로 치닫는 인생 연기 장면은 관객들의 눈을 뗄 수 없게 만들며 왜 이들이 이혼을 하려고 하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쿨하게 만나 쿨하게 헤어지려고 했던 두 부부가 서로의 장점을 얘기하는 장면이 영화의 처음과 끝을 장식하며 왜 이 영화의 제목이 <결혼이야기>인지를 나름대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영화제에 수상하며 작품성과 완성도를 갖고 있는 <결혼이야기>는 극장과 함께 넷플릭스에서도 감상할 수 있으며, 연인이나 부부들이 함께 본다면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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