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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준태 시평] 민심이 곧 천명이니, 회원들의 뜻을 확인하라
2019년 06월 28일 () 06:41:02 제준태 mjmedi@mjmedi.com
   

제준태

산돌한의원 원장

대한한의사협회 정관은 국민보건 향상과 사회복지 증진에 기여함과 동시에 한의사 회원간의 친목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2019년 2월 추나교육 중 온라인강의의 기존 순서를 하나씩 뒤로 미루고 뒤늦게 새로 추가한 1강의 앞에 규정된 교육시간과 무관한 추가시간까지 할애해서 협회장 담화를 넣었다. 온라인 교육을 듣기 위해 필수적으로 시청해야 했던 이 담화에서도 최혁용 협회장은 회원의 단결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과연 협회는 회원들이 단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지금 단결 보다는 명백히 분열을 향해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협회의 논리도 일견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그에 대한 반대파들이 제기하는 문제들 역시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협회가 나름 문제제기들에 대해 한의신문과 회원 단체문자로까지 대응을 하고 있지만, 보험에 있어서 가장 근본적이고도 결정적인 내용인 ‘어떤 질환에 어떤 이유로 어떤 중재를 보험에서 보장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충분히 내놓고 있지 못 하기 때문에 이 논란이 쉽게 사라지기 힘들어 보인다. 특정 상병명에 따른 치료가 아닌 전탕한 탕약이라는 중재를 앞으로 내세운 만큼 중재에 대한 논란이 회원들의 분열을 더 크게 만들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 질환에 대해 이 치료제를 보험을 하는 게 적절한가라고 질병에 대한 토론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가 지난 6월 17일에서야 6월 22일에 상병을 정할 예정이라면서 설문조사 문자를 발송했다. 사전에 여론조사나 투표가 필요하다는 말에 최종안까지 회원투표를 하지 않겠다고 미루던 협회로서는 꽤 이례적인 회원 설문조사다. 불필요한 논란과 회원들의 분열을 본 이후에야 뒤늦은 설문조사는 일을 과연 잘 하고 있는 지 없던 의심마저 들게 한다. 협회가 보험정책을 제안하는 과정에서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있었다면 설문조사는 너무 뒤늦은 행위에 불과하다. 가장 큰 이슈였던 약사 등이 포함된 협의체에 들어간 뒤에 예산 규모에 맞춰 대충 비슷한 금액대가 나오게 상병명 끼워 맞추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오히려 사실처럼 다가온다. 협의체에 협의를 하러 들어가려면 당연히 제대로 된 사업계획서로 상병명과 그에 따른 재정추계 같은 구체적인 내용들이 정리된 상태였어야 한다.

결국 신뢰 문제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협회를 신뢰하는 입장에서야 어떻게든 잘 할 것이다 믿어 보자 하겠지만, 신뢰할 수 없는 입장에선 ‘2012년에 일했던 사람들이 그대로 일하고 있으니 일도 똑같이 그렇게 하는 것 아니냐?’라는 말을 하는 것 역시 그리 이상한 상황은 아니다. 문제는 협의는 계속 되고 올해 하반기에는 회원들이 원하는 방향이든 원치 않는 방향이든 결과가 나오는 시점이 분명히 올 것이다. 그리고 2012년 포괄수가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의사들의 반발에 대한 보건복지부의 발언 등을 확인해 볼 때, 협회에 대한 신뢰가 약해질수록 협의가 진행된다고 한다는 사실 자체가 불안하다는 사람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런 회원들의 불신과 불안은 그리 쉽게 진정될 것 같아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회원들 간의 분열은 서로에 대한 증오로까지 나타나 고소를 하겠다느니 윤리위를 통해 징계를 해야 한다느니 하는 쪽까지 연일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현재의 상황에서 일단 정해진 것 없이 협의를 해보고 그 결과만 투표에 붙이자며 일모도원(日暮途遠)이라는 말로 넘어가기에는 회원들의 분열이 너무 커지고 있다. 이 상황이 지속되면 마치 일모도원이란 말을 했던 오자서의 뒤끝처럼 협회장 탄핵 같은 극단적인 상황에 이르진 않을 지 우려된다.

협회를 믿고 믿지 않음은 종교의 영역이 아니며, 회원들이 정보를 보고 판단을 내려야 할 영역이다. 성군으로 불리는 세종대왕은 기존 세법을 대체할 새로운 세법의 안을 만들고는 이에 대해 17만명의 백성들에게 의견을 물어 찬성 98,657명, 반대 74,149명이라는 결과에 찬성 수가 많지만 백성들 사이에서도 이해가 엇갈린다는 이유로 다시 수정하도록 해서 가장 많은 백성들이 만족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도록 하여 이 여론조사 후 14년만에 연분구등법을 만들었다. 대한민국의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하여 법률상 유일하게 권력이란 단어가 등장한다. 국민의 대표자가 갖고 있는 것은 ‘권력’이 아닌 국민으로부터 그 권력을 위임 받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일 뿐이다. 민주공화국으로 스스로를 규정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헌법 정신은 우리들에게 숨쉬듯이 자연스럽게,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더 확고하게 국민의 정신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과거에는 정치인이나 대표자가 어떤 일을 하든지 ‘큰일을 하려면 그 정도는 할 수 있다’거나 ‘뭔가 중요한 뜻이 있겠지’라는 권위주의적 사고방식이 익숙했다면 지금은 더 엄정한 잣대와 도덕률을 강조하며 정치인들을 비판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운 일이 된 것만 해도 헌법에서 말하는 국민에게 위임 받은 권력이 제대로 행사되고 있는 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맹자는 신하가 천명을 받은 왕을 죽이지 않았냐는 제선왕의 질문에 천명을 저버린 왕은 왕이 아니라 일개 필부일 뿐이라고 답하였다. 천명을 따르지 않았기에 천명이 교체되었다는 혁명(革命) 사상을 보여주는 말이지만, 동시에 민주공화국의 권력은 국민에게 있고 대표자는 국민의 권력을 위임 받아 권한을 행사할 뿐이라는 것과 같은 말이기도 하다. 그런 상황에서 회원들의 의견을 물어 보는 서울시지부와 부산시지부 등이 있는가 하면 회원들의 의견도 물어 보지 않고 지부 임원들끼리 지부 명칭을 넣은 성명서를 거의 동시에 발표하기도 했다. 아마도 지부장들끼리 또는 지부 임원들끼리는 어느 정도 협의가 된 것이겠지만 각자 회원들에게 물어 보는 확인 과정도 거치지 않고 지부임원들만의 성명서를 내면서 각자의 이름 대신 지부의 이름을 넣어서 내면 자칫 그 성명서가 일부 몇 명의 사람이 아닌 지부 전체의 의견인 것처럼 혼동할 수 있게 된다. 해당 성명서를 지지하지 않고 심지어 반대의 의견을 갖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선 지금 상황에 지부의 이름으로 성명서를 내는 것 자체가 곧 천명에 역행한 걸주와 달리 보일 게 없을 것이다. 이러한 일부 지부의 돌출행동까지 더해지면서 분열이 봉합되기 보단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자신들과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뭉치면 전체 의견이 아닌 일부 의견이 너무 크고 그것이 마치 여론인 것처럼 착각하기 쉬워진다. 아무래도 협회 임원 입장에선 반대자들 보다는 지지자들의 의견을 듣기가 쉬워진다. 전체 회원을 대상으로 한 투표나 여론조사가 필요한 이유다.

협회에서 어떤 의사결정을 하는 것에 있어서도 그 결정을 행사할 권력은 개개의 한의사 회원에게 있고, 회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정도의 사안이라면 회원투표를 할 수 있음을 정관에 규정하고 있다. 최종안이 나올 때까지 회원들의 분열이 더 커져서 한의사에게 좋을 것은 없다. 협회가 나서서 현재 안과 다양한 경우의 수와 준비된 것들에 대한 여론조사에 해당하는 회원투표를 해야 한다. 회원들의 진정한 민의가 무엇인지를 확인하고 그에 따라야 협회가 하는 일에도 추진력을 얻을 수 있게 되고, 회원들의 분열도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서로의 입장과 우려에 대해 충분히 알려졌다면 회원투표를 통해 정확히 회원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귀 기울일 때다. 회원들이 지지하고 뜻을 모아주는 협회야 말로 가장 강력한 협회로서의 힘을 가질 수 있게 된다. 협상에 있어서도 '모든 회원들을 대상으로 해서 확인한 결과' 같은 가장 확실하고도 강력한 카드를 쥘 수 있는 방법을 회피할 이유가 없다. 즉시 회원투표를 통해 회원들의 뜻을 확인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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