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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명소기행 06] 귤피일물(橘皮一物)의 본고장, 감귤박물관
소재지: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효돈순환로 441
2018년 12월 14일 () 07:30:30 안상우 mjmedi@mjmedi.com

제주에서 벌어진 식치 연구과제 워크샵 일정 가운데 관련 기관 탐방 기회가 있어 제주한의약연구원에 들르게 되었다. 공동협력 사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다가 서귀포에 외국인 방문객을 위한 한의약체험관이 설립된 것을 알게 되었다. 세미나 일정 막간을 이용해 서귀포에 위치한 체험관을 둘러보게 되었고 아직은 내방객의 발걸음이 드문 체험관 참관이 예상보다 일찍 마무리된 탓에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의미 있는 장소를 한군데 더 찾아보기로 하였다. 해서 급히 찾아간 곳이 바로 대표적인 한약재이자 이기理氣재로 손꼽을 수 있는 진피의 원식물, 귤 박물관에 들러보기로 하였다.

   
 

제주에는 해양이나 도서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다양하고 특별한 식생을 갖추고 있어, 이 지역에서 산출되는 약종과 식재료는 해양본초로서의 연구가치가 무궁무진한 자연약재의 보고라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귤피와 진피는 사용빈도나 비중에 있어 치료용 약재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으며, 보제, 화제, 공제를 가리지 않고 빠트릴 수 없는 명약이라 아니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 일행이 애써 감귤박물관을 찾은 이유는 관광객이나 일반 방문객과는 사뭇 다른 관심사를 갖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자연스레 우리의 발걸음은 체험장이나 전시관에 앞서 온실로 이어졌다. 세계감귤전시관이라 이름 붙은 온실전시장에는 20개국에서 모아온 97품종의 감귤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산책로처럼 귤나무 사이를 오가며 갖가지 품종에 따라 탱글탱글하고 황금빛이 도는 크고 작은 열매를 가려보며, 귤향을 음미해 보는 재미는 먼 길에 고역처럼 여겨지던 행사일정의 노고를 한순간에 날려버리기에 충분하였다.

특히 본초서에서 그림으로만 보았던 불수감佛手柑의 고사리 같은 손가락, 아니 부처님 손가락 같은 귤의 실제 모양은 마치 고려불화에서나 보았던 관음보살상의 나긋한 손가락 수인手印과 방불하게 닮아 있었다. 어린아이의 머리통만큼 큰 녀석도 있는 반면 금귤 종류는 은행알 크기밖에 되지 않아 이 모두가 같은 귤과로 분류된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우연인 듯 필연인 듯 탐방로를 역방향으로 돌아 다시 찾은 상설전시관에서는 귤의 기원과 역사, 재배법에 관한 정보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설치되어 있었다. 특히 가장 메인코너에는 귤의 품종과 역사적 기원을 『동의보감』과 『향약집성방』 같은 우리 의서에서 찾아 일일이 조문을 발췌하여 설명하고 있어서 새삼 뿌듯한 자부심이 느껴졌다. 제주에서 햇 귤이 진상되어 대궐에 도착하면 이를 기념하여 어전御前에서 특별히 과거를 치를 정도로 귀한 과일이자 약재였으며, 이 때의 과거를 황감시黃柑試라 불렀다고 한다.

『동의보감』에서는 동정귤洞庭橘[동뎡귤]이 귤피의 원재료 식물로 기재되어 있는데, 이외에도 청귤피(靑橘皮 프귤), 유자(柚子 유), 유감자(乳柑子 감), 등자피(橙子皮) 등과 같은 귤과 식물의 열매가 약재로 등재되어 있다. 또 귤피 이외에도 귤육(귤양橘瓤)이나 귤낭상근막橘囊上筋膜, 귤씨(橘核) 등도 폭넓게 약재로 활용되고 있다.

이번 방문에는 빠듯한 일정에 쫓겨 두 개의 전시관을 둘러보는 것만으로 아쉬움을 남긴 채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하지만 이 박물관에는 이 밖에도 귤 향기를 맡으며 여행의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족욕 체험장과 새콤달콤한 감귤 과즐이나 머핀을 내손으로 만들어 시식해 볼 수 있는 먹거리 체험학습장이 갖춰져 있으니 가족동반 여행에 꼭 한번 들러볼 만한 곳이다.

아마 계절이나 날씨를 잘 골라 택한다면 야외에서의 감귤 따기 체험이나 귤항폭포의 시원한 풍경을 즐기면서 하귤 가로수길이나 월라봉 산책길을 돌아보는 것도 다른 지역에서 만나기 어려운 상큼한 여행의 맛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복잡한 세상사, 미세먼지 가득한 도심을 벗어나 『동의보감』 ‘기일즉체氣逸則滯’ 조에서 기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한 귤피일물탕橘皮一物湯(귤피 1냥을 깨끗이 씻어 새로 길어온 물에 달여 먹는다.)과 산보散步의 효과를 느껴볼 수 있는 힐링 여행의 적소適所가 아닌가 싶다.

 

20181203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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