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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란 타인과 내가 함께 이로운 행위”
6·13 지방선거에 출마한 한의사 ② 황만기 원장
2018년 07월 19일 () 06:55:59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한의사 공적업무에 적극 참여해야…낙선경험 공유의 장 필요

 

[민족의학신문=박숙현 기자] 지난 6·13 지방선거에 서울시 비례대표로 출마했던 황만기 원장. 이번 선거에서는 아쉽게 낙선했지만 출마 자체로 얻은 것이 많다는 황 원장을 만나 한의사로서의 정치활동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선거가 끝난 후의 소감이 궁금하다.

   
 

비례대표로 출마했었고 지원유세로 차출되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정치에 처음 도전했던 4년 전보다는 덜 힘들었다. 그 당시에는 한의원을 완전히 쉬면서 선거에 몰두했기 때문에 더 어려웠던 것 같다. 그러나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시스템 등을 알 수 있어 좋은 경험이었다. 낙선은 됐지만 당에서 인정을 받았기 때문에 두 번이나 공천을 받아 선거에 출마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역량의 부족은 느꼈지만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하고, 크게 낙담하지는 않았다. 선거운동과정에서 얻는 경험도 많고, 얻은 사람도 많다. 선거에 출마했으니 당연히 당선되면 좋지만 그것이 아니더라도 그 과정에서 얻는 것이 많다.

 

▶선거에 도전한 것은 이번이 두 번째인데, 또 다시 도전한 이유는 무엇인가.

한마디로 말하자면 내가 공약으로 내세웠던 정책들을 실현시키고 싶어서였다. 내 공약들 중 세 가지를 들어보겠다.

나는 장애인 건강정책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장애인을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양한방 협진 시스템의 서울시립한방병원을 설립하고 싶었다.

또한 사회복지업무관계자의 처우를 개선하고 싶었다. 나는 사회복지사이고, 약 20년 동안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다 보니 국내 사회복지현장이 열악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사비를 들여가며 사회복지를 위해 활동하시는 분들에게 감동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이런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마지막으로는 서울시내에 마을 한의사 제도를 만들고 싶었다. 신뢰받는 한의사들 집단을 만들어서 의료기관을 직접 찾아가기 힘든 노인이나 장애인들에게 왕진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다만 현행법상으로는 진료소가 아니라 개인 의료인이 왕진을 나올 경우 급여를 받을 수 없게 되어 있는데, 이를 합법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진료를 제공하는 한의사들 역시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만큼 최소한의 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무분별하게 국가재정을 낭비하지 않도록 서울시에서 인정하는 한의사로 한정해 대가를 받을 수 있게 하고 싶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한의계는 소위 ‘비빌언덕’이 될 강력한 정치선배가 없는 상황이다. 누군가의 비빌언덕이 되기 위해서라도 작은 경험이라도 모여서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정치선배인 한의사가 없다고 해서 아쉽다기보다는 부러웠던 것이 맞는 것 같다. 지금이라도 낙선 경험 등을 공유하며 씨를 뿌려야 장기적으로 후배들에게 ‘비빌언덕’이 생길 것이다.

 

▶한의사로서의 업무와 정치활동을 양립하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실제로 내게 너무 중구난방으로 일한다고 하는 이야기도 들었다. 한의사든 정치인이든 한 가지만 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가끔 나처럼 오지랖 넓은 사람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치와 한의학은 분리되어 있는 영역이지만 한의학에서는 정치활동을 하라고 문헌에 권고되어 있기도 하다. ‘소인(小人)은 치병(治病)하고, 중인(中人)은 치인(治人)하며, 대인(大人)은 치국(治國)한다’는 말이 있다. 큰 의사는 사회의 병폐를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롤모델로 삼는 루돌프 비르효(Rudolf Virchow)라는 학자가 있다. 사회의학과 세포병리학의 창시자다. 이 사람은 ‘의학은 사회과학이고, 정치는 의학의 확대된 분야’라는 말을 했다. 의학적으로 사람의 병을 치료해도 극악한 스트레스나 노동조건에 노출되면 다시 병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러한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사람을 건강하게 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다. 현대인의 가장 큰 병폐인 우울, 불안, 고립감 등은 의학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는 문제다. 의학과 정치를 엄격히 분리해서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또 한 가지 예를 들어 보겠다. 나는 목욕탕을 좋아하는데 특히 탕 안에서 나오는 수압으로 일종의 마사지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것은 대개 여럿이 나란히 앉아서 마사지를 받는데, 시간이 지나면 멈추기 때문에 대표로 한명이 버튼을 눌러 다시 작동시켜야 한다. 그곳에서 나는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를 떠올린다. 이는 순서적 개념이 아니라 동시적 개념이다. 나 개인에게도 이로우면서 동시에 천하에 이로운 행위를 하는 것이다. 나는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행위가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를 이룩할 수 있는 버튼 누르기’라고 생각한다. 한 사람이 대표로 버튼을 누르면 모두가 동시에 이득을 챙길 수 있는 것이다.

 

▶협회가 회원들의 정치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어떤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한의사들이 공적업무를 수행할 사업을 전개하고, 그런 사업에 한의사들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한의사들이 사적 공간인 작은 진료실에만 머물지 않고 밖으로 나와 봉사활동이나 정책활동 등의 대외경험을 쌓다보면 정치에 관심이 생길 것이라고 확신한다. 의사결정과정부터 이를 예산, 정책 등이 결정되는 모든 일이 정치적이기 때문이다. 나는 한약분쟁을 직접 겪은 세대인데, 이러한 소용돌이에 한번 휩쓸리고 나면 정치의 힘이 얼마나 큰지 직접 느끼게 된다.

 

▶정치에 관심이 있는 한의사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의사로서 우리의 언어가 막히거나 도전받고, 반박되는 곳을 찾아가야 한다. 그래야 자연스레 훈련이 된다. 나는 의대 대학원을 다녔었는데, 그곳에는 한의사가 없으니 의사들을 이해시키는데 애를 먹곤 했다. 그러나 상대를 설득시키고 설명하는 과정이 한의학 홍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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