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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식물원(2)
2018년 03월 09일 () 10:16:18 박종철 mjmedi@mjmedi.com
   

박종철

국립순천대학교 한의약연구소장

파리식물원에 재배 중인 향신료 식물로는 주니퍼, 수레국화, 캐러웨이, 운향, 수영이 보인다. 주니퍼는 열매에 강한 향미가 있어 고기에 향을 돋우는데 또는 화장품 원료로 활용하기도 한다. 미국 원주민들은 피임제로 사용했다는 기록도 있는 식물이다. 이 식물원에서 촬영한 주니퍼 사진은 필자의 약초책을 제작할 때 중요하게 다루고 여러 번 언급했던 고마운 식물이다. 수레국화는 팔랑개비국화로 잘 알려져 있는 국화과 향신료다. 꽃잎만 따서 샐러드에 넣어 먹을 수 있으며 말린 꽃은 허브 차로도 활용한다. 강장, 이뇨작용의 효능도 있다. 캐러웨이는 장회향이라고도 부르며 우리나라 식품공전에 ‘식품에 사용할 수 있는 원료’로 수재하고 있다. 이 식물은 후추 맛이 나는 향신료로 씨 가루는 커리 파우더를 만드는 데 이용한다. 소화불량에 사용할 수 있다. 운향은 루라는 영어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유럽 남부가 원산지이나 우리나라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향신료다. 샐러드에 쓴맛을 내기 위해 사용하지만 쓴맛이 강해서 적은 양만 써야 할 것이다. 한약인 수영은 변비에 효능이 있고 이뇨, 해독의 약리작용도 있다. 수영보다 식품명인 소럴이란 영어명으로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향신료다. 한국 식품공전에 잎, 뿌리를 먹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수영은 어린 생잎을 샐러드에 넣어 먹고 프랑스 전통 요리에서부터 자주 등장한다.

식물원 가운데에 위치한 작은 연못에는 연꽃을 비롯하여 백수련, 노랑어리연꽃, 물상추, 처녀고사리, 생이가래, 수마치(水馬齒), 쇠뜨기말풀, 나도좀개구리밥, 앵무새깃의 수생식물이 자라고 있다.

필자가 촬영한 식물 중에서 한글 식물명이 알려져 있는 나머지 약용식물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골풀, 까마중, 하고초, 남가새, 남천, 넓은잎쥐오줌풀, 눈개승마, 대청류, 도라지, 돌소리쟁이, 둥글레, 띠, 묵밭소리쟁이, 미국자리공, 부들, 살구, 세이지, 소리쟁이, 소철, 쇠비름, 수염패랭이꽃, 아마, 율무, 자주개자리, 참질경이, 초롱꽃, 치커리, 큰꿩의비름, 탱자나무, 한련화, 향모를 구역별로 나누어 재배하고 있다.

약용식물의 보물창고인 식물학교 입구 건너편에는 거대한 철골구조로 된 온실이 세워져 있다. 온실로 들어가면 카카오나무가 있고 그 앞에는 열매 속의 카카오 씨를 보여주는 진열품이 전시되어 있다. 온실의 숲 속에는 반문목적(班紋木賊), 쇠뜨기류, 다른 목적류 식물도 보인다.

파리식물원은 시민들의 휴식처 겸 식물 학습장이라 찾는 사람들이 많다. 한 참 사진 촬영 중인데 조용한 정원에서 갑자기 귀를 울리는 호루라기 소리가 난다. 고개를 돌렸더니 경비원이 자전거를 탄 사람을 발견해 부른 것이다. 알고 보니 이곳은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가야지 타고 가면 안 되는 곳이었다. 촬영을 하다보면 식물 위치가 애매하여 화단 안으로 조금씩 들어서는 경우가 있다. 이곳에서도 몇 번씩 화단 안으로 약간 들어가 찍다보니 필자의 모습이 신경 쓰인 모양이다. 잠깐 찍고 바로 나왔는데도 멀리서 식물에 물 뿌리던 관리인이 필자를 봤는지 찾아와서 주의를 준다. 이곳저곳에서 식물원을 보호하려는 사람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다.

식물원 경내에는 화장실이 없다. 무거운 카메라 가방을 메고 지친 몸을 이끌고서 멀리 떨어진 공중 화장실 앞에서 줄 서서 기다리는 일이 보통 힘든 일이 아니었다. 선진국이라는 프랑스에서 화장실 이용이 이렇게 불편한지 절로 한숨이 나온다. 또한 식물원 경내에는 식당이나 음료수 판매대가 없다. 이런 불편함을 겪어내며 며칠에 걸쳐 파리 식물원로 출근하면서 이곳에서 보이는 거의 모든 초본 식물을 촬영할 수 있었다.

필자가 파리식물원에서 촬영한 식물은 982종이며 약 7천여장의 사진을 확보했다. 이를 정리해 보니 제일 많이 차지하고 있는 과명은 국화과로서 147종이다. 다음으로 벼과 89종, 꿀풀과 63종, 장미과 57종, 콩과 39종, 석죽과 38종이다. 가지과, 사초과, 미나리과, 미나리아재비과, 십자화과, 인동과, 질경이과가 그 다음으로 차지하고 있다. 이 식물들은 찌는 날씨 속에서 한 장 한 장마다 쭈그렸다 폈다 무수히 반복하여 힘들게 짜낸 결과물이다. 하지만 지금도 여러가지 자료에 활용하고 있어 가치를 가늠 할 수 없이 얼마나 고마운 사진들인지 모른다. 촬영한 약용식물은 필자의 연구실에 소중히 보관 중이다.

파리식물원의 입장료는 없으며 홈페이지는 http://www.jardindesplantes.net이다. 스위스, 오스트리아의 식물원 홈페이지에는 자국 언어와 영어가 함께 기술되어 있어 내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지만, 파리식물원의 홈페이지는 오로지 프랑스어로만 되어 있어 자료 확보에 애로점이 많았다. 파리식물원에서 자라는 982종의 약용식물 이름은 필자의 논문인 ‘파리식물원 982종 약용식물의 조사 연구’(한약정보연구회지, 5권 1호, 1-22, 2017년)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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