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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자들이여 무엇을 할 것인가
[한창호 칼럼]
2014년 05월 29일 () 09:37:01 한창호 mjmedi@mjmedi.com

 

   

한 창 호
동국대 한의대 교수

2014년 4월 16일. 대한민국에 줄초상이 났다. 언론에서는 해경 헬리콥터가 보이고 수십 척의 배들이 왔다갔다 하며 마치 신속하게 승객들을 구하는 것으로 착각하게 만드는 영상을 계속 보여 주었고, 역대 최고의 오보가 터졌다. '승객 전원구조!'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당연히 모두를 구했을 거라고 믿었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그러나 결과는 너무도 참혹했다. 300여명이 수장되는 과정을 전 국민이 생중계로 보았다. 국가가 이들의 죽음 앞에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지켜보는 것을 전국민이 두 눈으로 지켜보았다. 국가란 무엇인가. 국가가 국민의 안전을 방기하고 목숨을 지키기 위하여 아무 일도 하지 않은 모습을 우리 모두가 똑똑히 지켜보았다.

■ 세월호 참사. 누구의 책임인가
해경, 안행부, 해수부의 책임인가. 해경이 없어지면 안행부와 해수부가 작아지면, 공무원 몇 명이 3년 동안 유관기관이 재취업하지 않으면, 그리고 새로운 부처를 하나 만들면 해결되는가. 너무 안이하지 않은가. 대통령이 눈물을 보이면 해결되는가. 국가가 개인에게 어떤 의미인가. 국가가 개인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근본부터 깊은 성찰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 대통령과 어민 김현호씨
박 대통령 눈물의 첫 대국민 직접사과. 20일자 A종합지 1면에는 실물보다 더 큰 사진이 실렸다. 사진의 제목은 대통령의 눈물이다. 오전에 눈물을 흘린 대통령은 오후 비행기로 아랍에메레이트로 떠났다. 눈물을 보인 시점도 절묘하다.

안타깝기 그지 없다. 왜 좀더 일찍 희생자와 국민들과 공감하지 못했나. 왜 좀더 일찍 희생자 가족과 국민 앞에 직접 사과하지 못했나. 그리고 왜 팽목항이나 진도체육관 혹은 분향소에서 눈물을 보이지 못했나. 여섯 번이나 사과를 하였다. 그러나 진심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왜 첫 번째 사과는 조문을 하면서 하지 못 하고 국무위원들 앞에서 했나. 그리고 눈물은 팽목항이나 진도체육관 혹은 분향소에서 하지 못 하고 청와대에서 담화 중에 흘려야 했나.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26일자 B종합지 1면에는 전남 진도군 조도면 대마도에 사는 어민 김현호씨 얼굴이 실렸다. 사진의 제목은 쪽배로 구한 숨은 의인이다. 김씨가 문자를 받은 시각은 당일 9시43분. “긴급상황 맹골 근처 여객선 침몰 중. 학생 500여명 승선. 어선소유자 긴급 구조요청. 정순배”였다고 한다. 정순배는 조도면 이장 겸 청년회장인데 정씨는 한번에 25명씩 모두 250명의 조도 어민에게 신속하게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문자를 받고 그는 급한 마음에 텔레비전을 켜둔 채 곧바로 1t 짜리 작은 배 피시헌터가 있는 대마항 쪽으로 뛰었고 배에 휘발유 채우는 시간도 아까워 20리터들이 말통에 기름을 통째로 들고 달렸다고 한다. 첫날 1t 짜리 어민 배 2척이 승객 45명의 생명을 구했다.

정부는 사고 첫날 투입된 경비함정이 81척, 헬기 15대, 유도탄 고속함, 유디티 정예병력 등 동원해서 구조에 총력을 기울였다고 보도자료를 냈었다. 그러나 침몰한 배 안의 국민은 한사람도 살아오지 못했다. 그는 비극 한 가운데 영웅적 활약을 했음에도 한 달 넘게 언론을 피해 다녔다고 한다. 겉으로는 “실종자도 아직 다 못 건졌는디, 내가 뭘 했다고 그란 걸 하것어요” 했지만 속으로는 구하지 못한 두 사람이 떠올라서 술로 괴로움을 짓이기고 있었다고 한다. 사고 당일  두 번째로 우현 허리에서 구조를 하던 중 구명조끼를 입은 승객 두 명이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모습을 보았다고 한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많이 안타까웠지. 그냥 사람이 바다로 들어가 버리니까. 그 심정은 말로 다 표현 못 하제.” 김현호씨는 취하지 않으면 잠을 못 이뤘다고 한다.

우리 정부가 우리 대통령이 김현호씨 같았으면 하는 마음은 나만의 바람일까.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깊은 반성의 시간이 날마다 지나가고 있다.

■ 실태 파악도 없는 대책발표
19일 대통령은 담화 발표 후 UAE로 떠났고, 정부는 20일 후속 조치 27건과 추진일정 담당부처 등을 확정해 발표했다. 대통령 담화 하루 만이다. 입법 및 행정 조치가 필요한 25건 가운데 14건을 다음달까지, 4건은 7월까지, 나머지도 금년 안에 모두 마치겠다고 했다.

정부구상은 “제대로”보다는 “빨리”에 초점이 맞추어진 듯하다. 또 한 척의 세월호를 보는 듯해서 여간 마음이 조마조마한 것이 아니다. 정부 조직을 바꾸는 일은 국회에서 법을 바꾸어야 한다. 여당의 공조는 물론 야당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현실성이 없는 시간표이다. 이 일을 처리하는 과정을 보니 정부를 더 믿기 어려워 보인다.

정부조직 개편과 공직사회 혁신 17개 조치를 안행부가, 진상조사위를 포함한 특별법제정을 해수부가 담당하도록 했다. 상식적이지 않다. 당장 안행부는 안전 부분을 떼어내어 행정자치 행정만을 수행하는 기관으로 분해될 운명이고, 조사위가 구성되면 해수부는 제일 먼저 불려나와야 할 기관이다. 박근혜 정부는 국정원이 위법한 행위를 해서 국민적 저항이 있을 때도 '셀프개혁'을 요구한 바 있다. 빨리빨리 대충 대충으로 생긴 일을 또 그런 식의 대책으로 해결하겠다는 정부를 누가 믿을 수 있겠는가. 대책발표를 보고 더 믿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나만의 기우일까
.

■ 대책이 졸속이고 부실이다
아니 대책이 없다. 부처 이름만 바꾼다고 뭐가 달라지겠는가.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이나 제대로 하였는가. 일에는 순서가 있지 않은가. 재난이 발생했으니 최대한 수습을 하고, 왜 그랬는지 철저한 진상규명을 한 후, 과오를 명명백백하게 밝혀 책임이 있다면 책임을 지우고 고칠 것이 있다면 고쳐야 하지 않은가.
수습이나 제대로 하고 나서, 어찌된 영문인가를 알아나 보고, 무엇인 문제인가를 파악이나 하고 대책을 내놓아야 하지 않겠는가. 상식이 있는 자들이라면.

6·4 지방선거일이 며칠 앞으로 다가왔다. 믿기 어렵지만 그래도 대의의 대행을 성실하게 할 수 있도록 투표하고 감시해야 한다. 살아있는 날이 더 이상 부끄럽거나 욕되지 않도록 함께 나서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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