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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로운 판결을 기대하며
2003년 03월 17일 () 12:00:00 webmaster@mjmedi.com
모든 생물은 기본적으로 선을 지향한다. 사람이건 동물이건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큰 줄기는 옳은 것을 지향한다고 보여진다. 사법부가 저울을 상징마크로 사용하는 것도 '옳은 것' 혹은 형평을 최우선적인 가치로 삼겠다는 뜻으로 여겨진다.

'옳은 것'은 사회학적 용어로 말하면 '정의'라고 말할 수 있다. 옳은 것은 달리 말하면 '적절한 것'을 의미한다. 적절하다는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보편적 인식능력과 감각으로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최근에 양약학과졸업생들이 제기한 한약사시험 응시원서 반려 중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인 것은 법논리상 국민의 기본권 보호 차원에서 일단 시험만 보게 하자는 취지로 이해하고 싶다. 이는 자유주의 법치국가에서 당연히 있을 수 있는 판결일 수도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1300명이 시험을 보게 되었다. 이 숫자는 순수 한약학과 출신자 34명의 40배나 많다. 처분대상자 말고도 응시자격을 얻은 146명의 양약학과졸업생이 있으며, 작년에는 59명이 합격하여 전체적으로 따지면 1500여명의 양약학과 출신 한약사가 배출되는 셈이다.

법원의 결정은 단순히 숫자만 늘려놓은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1전공 1면허' 원칙을 철칙으로 하는 보건의료인양성제도의 근본을 뒤흔드는 결정이라는 데 심각성이 있다. 이런 식으로 하면 한약사에게도 양약사면허시험 응시를 허용해야 한다. 그런데 이것은 왜 안되고 양약사에게만 2개 면허 허용이라는 특혜를 인정하는가? 법원은 보건의료인양성제도의 기본원리를 이해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법원은 약사법과 약사법시행령에 그렇게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그렇게 결정할 수밖에 없다고 변명할지 모른다. 법원이 자구대로 해석해서 판결한다면 그렇게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법에 문외한인 사람도 자구대로 법을 해석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법이란 만들 당시의 취지가 핵심이지 일부 공무원들의 농간에 의해 특정 자구를 삽입한 누더기 법률을 그대로 판결한다면 법전만 있으면 됐지 판사가 왜 필요하겠는가?

한약사관련 법조항은 3년간의 분쟁 끝에 만들어진 타협의 산물이다. 약사법은 이 부분을 제2조 정의에서 분명히 정리하고 있다. '약사는 한약을 취급해서는 안된다'는 규정이 바로 그것이다.

'약사는 한약을 취급하면 안된다'는 조항이면 모든 이견을 잠재울 수 있다. 물론 복지부도 약사법시행령을 제정할 당시 제정 취지를 상세히 설명한 바 있다. '한약학을 전문적으로 이수한 자만이 한약사가 될 수 있도록 하려는 데 근본취지가 있다'고.

법원은 이런 법 개정취지와 법조문을 면밀히 검토해서 결정할 필요가 있다. 이것만이 법원의 권위를 살리는 길이다. 정의로운 판결은 이것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법원의 용기있는 판결, 정의로운 판결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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