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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할 수 없는 가처분 결정
2003년 03월 17일 () 12:00:00 webmaster@mjmedi.com
요즘 한약사시험 응시자격 논란과 법원의 가처분 결정을 보고 있노라면 무슨 얘들 장난같다. 공부도 안 한 양약학과졸업생에게 응시를 허용하느니 마느니 하는 것 자체부터가 틀린데다가 엄정한 심사를 거쳐 시험당국이 취한 행정조치의 효력을 정지시킨 사법당국의 결정도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최근 양약학과졸업생의 행태를 보면 행정법원이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인 이유로 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그리고 '집행정지로 인하여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논리가 과연 타당한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법원이 취한 두 가지 논리는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는 점에서 정밀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시험을 안 보면 막대한 손해를 입는다는 전자의 입장과 관련해서 살펴보자. 시험을 보지 않은 양약학과졸업생이 40.2%나 되고, 시험을 본 사람 중에서도 그냥 머리 수를 채우기 위해 마지 못해 응시한 사람도 적지 않았다는 후문이고 보면 법원의 논리대로 절실한 이해관계를 가지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지 의문이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 법원이 양약계의 숫자 부풀리기 전략에 진실을 간과한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또한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다는 후자의 입장도 논란의 여지가 많은 대목이다. 약사의 한약취급을 금지시키기 위한 사회적 혼란과 희생의 대가가 얼마였는지 법원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한약사제도는 한약의 무분별한 취급을 금지하여 국민의 건강과 안녕을 보호하기 위해 국민적 합의를 거쳐 도입한 제도이다. 이런 한약사를 양성하는 시험에 법이 정한 최소한의 공부도 하지 않은 자들에게 시험기회를 준 것은 궁극적으로 복지부와 국시원 등 행정부의 노력을 수포로 만드는 동시에 약사들이 공공연하게 주장하는 '양약과 한약의 동시면허 취득을 통한 통합약사'라는 목표를 완결시키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한 셈이다. 이는 곧 분쟁의 재연이자 사회적 갈등의 시작이며 공공의료질서의 파행으로 이어질 게 뻔하다. 사실이 이런데도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없단 말인가?

물론 가처분결정과 본안소송과는 별개의 문제라 하더라도 법원의 결정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이번 가처분결정과정에서 보여준 법원의 판단근거가 시정되지 않는다면 2월 6일 열리는 제1회 한약사시험 관련 행정소송 선고공판에서도 납득할 수 없는 결과가 나올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양심의 보루가 되어야 할 법원의 판결이 이성적이지 못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법은 정녕 한의학을 외면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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