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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합리한 규정… 한약재 가격 폭등
저령 등 수입약재 중심 평균 2.5배 치솟아
2010년 07월 02일 () 11:00:48 백상일 기자 bsi@mjmedi.com
불합리한 규정… 한약재 가격 폭등
저령 등 수입약재 중심 평균 2.5배 치솟아 

수입 한약재 값이 급등했다. 많게는 3배가 넘게 폭등한 품목도 있다. 한약제조업체 (주)누보바이오텍(대표 김광섭)에 따르면 지난해 600g에 8천원이던 저령의 가격은 올해 3만원까지 치솟았고 백출은 3천원에서 8천원까지 올랐다. 이밖에도 오약, 당출, 적작약, 황금, 황련 등은 작년과 비교했을 때 평균 2.5배나 가격이 올랐다.

이처럼 가격이 천정부지로 뛴 건 한약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 아니다. 개원가 불황으로 인해 수요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손, 즉 시장의 자율조정기능이 작용한 결과가 아니다는 지적이다. 류경연 한국한약제약협회장은 “수입 한약재 중 54개 품목이 수입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지난해부터 수입이 전혀 되지 않는 품목도 있다. 이대로라면 1년 내에 모든 재고도 소모된다”고 분석했다. 손성구 식품의약품안전청 사무관도 “수입약재 중 일부가 수입이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입약재가 국내로 들어오지 못하는 데는 중금속 기준에 관한 규정 중 카드뮴 관련 규정 때문이다. 현재 시행되는 기준에 따르면 카드뮴 기준은 0.3ppm으로 이 기준을 통과하지 못할 경우 수입약재는 국내 반입이 금지된다.

약재가 기준치를 맞추지 못할 경우 국민건강을 위해 국내 반입을 금지하는 것은 당연한 조치다. 다만 수입 여부를 결정하는 기준 설정에 문제가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백은경 해마한의원장은 “쌀이나 미역, 생선 등을 통해 섭취하는 카드뮴 양에 비해 한약을 먹었을 경우 섭취되는 양은 훨씬 적다”며 “매일 먹는 식품보다 치료를 위해 일시적으로 먹는 한약을 더 엄격하게 해 놓은 자체가 합리성을 잃은 처사”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식품으로 자주 섭취하는 조개 등 패류의 경우 허용량이 2ppm으로 한약의 0.3ppm의 6배가 넘는다. 세계보건기구(WHO)의 중금속 주간섭취 허용량(PTWI)을 보면 체중 50kg인 성인의 경우 주당 카드뮴 섭취 허용량은 0.00035g이다.

중앙약사심의위 카드뮴 기준 완화 결의
당국 소비자단체 눈치… 신뢰회복 선행
  

보건복지부 한의약산업과가 발행한 자료집에 따르면 1첩에 들어가는 인진의 카드뮴 섭취량은 현재 기준인 0.3ppm으로 계산할 경우 1주일 간 0.000055104g으로 PTWI 기준의 16.6% 수준에 불과하다. 1.0ppm으로 완화해 적용할 경우엔 0.00018363g으로 PTWI 기준의 약 50%이다.

그런데 기준이 0.2ppm인 쌀의 경우 1주일 섭취량은 0.000294g으로 PTWI 기준의 83.3%이다. 인진보다 5배 많은 양이지만 인체에 해롭지는 않다. 매일 먹는 쌀과 달리 치료를 위해 일시적으로 한약을 먹는 것을 감안한다면 한약은 쌀보다 더 안전한 셈이다. 한약을 먹는 기간은 1년 평균 15일이다.

일본이나 중국의 규정과 비교해도 과잉규제라는 논란은 피할 수 없다. 우리나라는 생약 전 품목에 해당하는 417 품목에 대해 0.3ppm 카드뮴 기준치를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 반면에 중국은 감초 등 6품목에 대해서만 0.3ppm을 적용한다. 일본은 총중금속 10ppm 기준을 적용하는데, 이마저도 전체 생약 중 갈근 등을 포함한 21종에만 적용한다. 류경연 회장은 “자연 상태에서 채취한 약재 중에도 기준치를 넘는 품목이 있다”며 “황련 등 일부 품목은 산지에서조차 지금의 기준을 초과해 수입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약재 수입이 원활치 못하다 보니 여러 가지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중금속 기준은 통과하더라도 약효가 떨어지는 약재가 들어오거나 수입 통과절차를 제대로 밟지 않은 중국 보따리상들이 극성을 부리는 것이다. 때문에 기준 강화가 오히려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은 불법약재 유통을 초래했다는 비판이 한의약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김광섭 누보바이오텍 대표는 “중국 보따리상만을 전문으로 다루는 상인이 있다고 들었다”며 “검사과정 없이 들어온 약재의 안전성이야말로 위험하기 짝이 없다”고 주장했다.

백은경 원장도 “보따리상을 통해 들여온 약재가 유통된다면 제도가 오히려 불법을 조장하는 꼴”이라고 지적한 뒤 “기준치 규정을 합리화해 정상적인 검사과정을 거친 약재가 유통되도록 하는 것이 국민건강을 위하는 길”이라고 역설했다.

이 같은 문제의 원인은 카드뮴에 대한 불합리한 기준이라는 것이 한의약계는 물론 관계 당국에서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합리적인 기준치를 마련해 규정을 개정하는 수밖에 없다. 관계 부처인 식약청은 변화된 현실을 따라 가기 위해 기준치 개정 관련 연구를 진행해 왔다. 2007년에는 위해성 평가결과 1.0ppm으로 기준을 완화할 경우에도 인체에 영향이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한의계도 한약의 안전성을 설명하며 기준을 현실적으로 개정해줄 것을 요청해 왔다.

카드뮴 기준, 현실 변화 못따라가
한약, 쌀 생선보다 카드뮴양 적어 


이를 바탕으로 2010년 4월22일 중앙약사심의위원회는 카드뮴 기준을 1.0ppm으로 완화하는 개선안을 결의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결의안이 고시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손성구 식약청 사무관은 “불합리한 규정을 바로 잡아야 하지만 한약에 대한 불신이 워낙 높아 결의안을 당장 시행하기는 어렵다”며 “한약은 건강에 해롭다는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종합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한의사협회 역시 중앙약심에서 통과된 사항일지라도 전면에 나서 규정 완화를 요구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모 한의협 관계자는 “한약의 안정성은 이미 증명됐다. 약사들도 포함된 중앙약심에서 통과된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면서도 “자칫 협회가 나서 규정 완화를 추진할 경우 국민건강을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의 공격을 받을 수도 있다”며 난색을 표명했다. 다만 시간을 좀 갖고 소비자 관련 시민단체들과 면담을 통해 기준을 완화하더라도 국민건강 상 문제가 전혀 없다는 점을 설득해 공감대를 넓혀간다는 방침이다.

사실 한의약에 대한 대국민 불신감은 적지 않다. 각종 언론은 그동안 한약의 위해성만 언급하는 보도를 자주 내보냈다. 국민은 제한적인 정보로 인해 한약에 대한 오해를 갖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한의약계에서는 지금이라도 국민의 불신을 없애는데 골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백은경 원장은 “한약의 주요 기능인 해독작용을 알려, 오히려 한약이 카드뮴의 해독제로서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부각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며 “수입약재 카드뮴 기준 완화도 합리적인 재조정이란 점을 적극 홍보하고 나서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국민 신뢰 회복, 카드뮴 기준치 개정의 초석이다. 한의약계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걸을는지 주목거리다.

백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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