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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규 칼럼- 국립한방병원의 시대적 사명
목적의식 없으면 사립대 ‘판박이’
2010년 06월 24일 () 10:25:35 권영규 contributor@mjmedi.com
국립한방병원의 시대적 사명 

우리 한의계에서 국립대 한의대 설치를 원하였던 이유는 무엇인가? 국립대 부속 한방병원이 만들어지면 어떠한 역할을 원하였던가? 1993년부터 시작된 4년 간의 ‘한약분쟁’ 당시 우리 한의계의 숙원사업이 어쩌면 국립대학의 한의학전문 교육기관 설치를 마지막으로 대부분 해결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한의약육성법, 한약사, 한국한의학연구원, 공중보건의와 한방군의관 등 법과 제도를 비롯하여 교육, 연구, 공공의료기관까지 그야말로 많은 것이 이루어졌다.

공공의료기관의 한방진료는 올해 특수법인 ‘국립중앙의료원’으로 새롭게 출발한 국립의료원에 1991년 5월 ‘한방진료부’가 설치되면서 시작되었다. 내년이면 20년이 되는데 공공의료기관 내 최초의 한방진료기관이 아무런 주목도 받지 못하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의 한방진료부 외에 지난 3월 개원한 부산대 한방병원은 독립된 200병상을 지닌 국립한방병원으로 국내 최대 규모이다. 국립한방병원이 양방병원의 협조를 전제로 한 협진모델 구축이 시대적 사명일 수 있다. 국립중앙의료원 한방진료부-내과, 침구과, 신경정신과-의 한양방 협진경험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새 치료영역 개척이 주어진 사명
목적의식 없으면 사립대 ‘판박이’


물론 국립한방병원 역할이 단지 협진에 국한되는 것인지 의문이다. 중국에서는 AIDS, 조류독감, 신종플루 등 새로운 각종 질환에 대한 중약치료의 가능성을 국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약으로 완치된다는 근거가 있기 때문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 때문이다. 지금까지 우리 한의계도 개원가에서 수많은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 가능성을 체계적으로 검증하고 재현함으로써 한의계의 새로운 치료영역을 개척하는 것이 협진에 우선하는 국립한방병원의 사명이라고 본다.

이러한 사명 달성은 국립한방병원의 설립을 간절히 요구하였던 이사들이 참여하는 법인이 구성되어야 가능하다. 목적의식이 없는 법인이라면, 기존 사립대학의 법인처럼 경영 이익만을 추구하거나, 의료진이나 공무원노조의 이해관계에 따라 적당히 타협하여 명맥만 유지하는 병원이 될 수밖에 없다. 한방진료에서 수많은 이익이 날 때 한방에 재투자하지 않은 병원 신세가 될 것이 분명하다.

국립한방병원이 토지 매입이나 건축비용, 최신 장비에 대한 부채도 없이 진료교수들의 인건비 부담도 없는데, 몇 년 지나지 않으면 새로운 질환 연구, 치료제 개발, 한방진단 표준화, 대규모 한방임상연구 등 기존 한의계가 정부에 요구하지 못하였던 분야에 대한 재투자가 가능하게 된다. 이제야말로 국립한방병원의 시대적 사명을 다질 기회가 온 것이다.

권영규/ 부산대 한의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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