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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12주년 기념 특집2]-한의학교육 이대로 좋은가
2003년 03월 17일 () 11:01:00 webmaster@mjmedi.com
1)표류하는 한의대 학습목표

추상적 교육목표 뿐 현실적인 목표가 없다

학습목표는 한의학의 방향 설정하는 '나침반'


학습목표는 교수가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치고 또 평가할 것인가와 학생들이 무엇을 얼마만큼 그리고 어떻게 학습할 것인가를 정하여 주는 항해의 나침반과 같은 것이다.

학습목표의 궁극적 목표는 개개 대학의 설립목적과 학과목별 영역별 학습목표를 분명히 밝히고 이에 알맞은 교육과정을 개발하도록 자극을 주는데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의학은 한의학계 내부에서조차 체계성이 없으며, 교육내용과 수준에 있어서 연계성과 단계별 난이도에 구분이 없고, 동양철학을 제외한 타학문과의 교류적 근거도 거의 없다.

대한한의학회 한창호 학술이사는 "전국 한의과대학 교과과정을 분석해 본 결과 모든 대학이 한의학 임상과목에서 전통한의학적인 진단과 치료를 교육하면서도, 서양의학의 해부·조직·생리·병리·진단·치료에 대한 내용을 함께 서술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문제는 전통한의학의 질병관과 근대이후 서양의학의 병리관이 정합적으로 접근하지 못하고 있으며, 양자에 대한 명확한 규명이나 양대 의학에 대한 통합의 근거가 빈약한 상황에서 이 두 가지의 이질적인 내용을 교육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의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민족전통의 인간관·사회관·생명관·우주관 그리고 질병관과 치료원리 및 방법을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에 대한 대안제시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학습목표는 내 알 바 아니다" 자기중심적 지식 전가

한편 95년도에 전국 한의과대학 교수들은 모임을 갖고, 기초 9과목, 임상 13과목의 강의를 개선하기 위해 각 교과목에서 반드시 교육하여야 할 필수적인 내용을 정하는 각 교과목 학습목표를 설정하는 작업을 했다. 이는 한의학교육에 대한 대학간 편차를 줄여보자는 취지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경희대 한의대 재활의학과 이종수 교수는 "같은 내용을 다르게 전달하거나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하고 있는 게 현 한의대 교육의 현실"이라며, "현재의 분류체계로 볼 때 내과, 소아과, 부인과, 안이비인후과, 신경정신과, 침구과로 분류되어 있어 체계적인 것 같지만, 내용적인 면에서는 심각한 중복으로 실제 임상이나 학교교육에서 커다란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현재의 5개 내과의 분류기준은 무엇인지, 재활의학과 침구과의 차이는 무엇인지, 동일질병에 대한 각과의 교육내용의 불일치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등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경원대 한의대 생리학교실 이충열 교수는 "우리의 학교교육은 6년 뒤 어떤 수준의 한의사를 만들어 내보낼 지에 대한 합의가 전혀 없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학교교육에서 표준화 작업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어떤 교수는 마치 모든 학생들을 名醫로 만들어 내보내는 것이 학부과정의 교육목표인양 학생들에게 강요하고, 또 다른 어떤 교수는 전공과정에 들어서서도 개론수준을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학생들도 할 말이 많은 듯 보인다. 경희대 한의대 학술위원회는 담당 교수가 바뀌면서 가르치는 내용이 확연히 달라진 몇몇 과목들의 사례를 들었다.

경희대는 97년까지 3명의 교수가 생리학을 강의할 때는 문제점을 별로 인식하지 못했는데, 이후 1명의 교수가 담당하면서 일부분만을 강의하는 형식이 되어버렸다고 한다. 또 올해 원전과목에서는 이제껏 다른 학년이 배우지 않았던 '영추'를 배우고 있다고 한다.

결국 학습목표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학년별로 강의를 맡은 교수가 연구한 분야를 학생들은 배울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럼 한의대는 교과서가 없는 것일까? 물론 각 교실마다 공통교과서가 분명히 존재한다. 학생들의 불만은 여기서도 터진다. 한의대생 누구도 그것을 신뢰하고 학문의 동반자로 여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탈자는 기본이고, 중국서적을 무차별적으로 짜깁해 놓다보니 같은 책 안에서조차 용어가 다른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한 한의대생은 "교과서의 용도가 복사해서 시험볼 때만 겨우 참고로 한다는 사실을 한의대 교수님들이 직시해야 할 것"이라면서, "학생 때 필기한 때묻은 책을 임상에서도 들춰볼 수 있는 때가 언제나 될지 궁금하다"고 토로했다.

한의사의 정확한 像 제시가 관건

이충열 교수는 "우리 교육에는 거창하고 추상적인 교육목표만 있었지 현실적인 목표로서 학부교육을 통해 배출되어야할 한의사의 정확한 像이 없다"고 지적한
다.

한국적 의료체계 속에서 한의사의 기본역할이 辨證 중심의 지식과 기술능력을 가진 전문인인지, 아니면 辨病을 중심으로 하는 洋診韓治 방식의 지식과 기술능력을 가진 전문인인지, 그것도 아니면 辨病과 辨證을 결합한 형태의 지식과 기술능력을 가진 전문인인지조차 결정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국은 이미 中西醫 결합을 국가적으로 추구해야 할 방향으로 설정하고 추진해 왔다. 이것에 대한 반론도 많이 있지만, 최소한 이러한 방향을 국가적으로 설정해 놓음으로써 의료정책과 교육체계가 조직적으로 맞물려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있다.

한의협은 한의학교육 학습목표 개정사업의 연구용역비로 지난 99년에 이미 1400여만원을 책정해 놓았지만, 아직 이렇다할 연구결과물을 기대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 사업이 1∼2년이라는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것도 아닐뿐더러 예산 또한 어디에다 얘기하기도 창피할 정도로 낮게 책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용역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요인으로 이종수 교수는 "한의질병사인분류가 체계화되지 않았고, 학술기관에서 공인 받은 한의학용어가 없기 때문에 발생한 필연적인 결과"라고 진단했다.

의과대학은 어떻게 하고 있나

대한의학회는 1987년부터 의과대학 의학과 학습목표 설정사업을 추진해왔다. 그리고 현재 학습목표는 의학교육의 발전에 따라 주기적인 검토 및 개정을 통해 수정 및 보완하고 있다.

최근 의학회는 의과대학의 교육목표를 진료능력을 갖춘 의사를 배출하는 것으로 설정했다. 의학은 그 전부를 가르치기에는 너무나 방대해지고 있으며, 새로운 의학적 지식을 끊임없이 축적해 나가야 하므로 이제 학습목표는 '자기에게 필요한 새로운 지식을 스스로 습득할 수 있는 학습능력의 배양'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정작업을 위해 의학회는 '학습목표개정 중앙실무위원회'를 구성, 각 분과학회에 의과대학 학습목표개정위원회 구성을 요청하였고, 각 학회에서 추천된 위원들에게 학습목표 기술방법 훈련 등 실무연수교육을 실시했다.

각 기초의학회에서는 워크샵을 거친 대표가 학회별로 학습목표개선위원(4∼5명)에게 실무연수교육을 실시하고, 현행 학습목표와 함께 대비표를 만들어 개선된 학습목표가 장차 의사가 지닐 전문적인 의료자질의 예상도달목표가 될 수 있도록 개정시안을 개발했다.

의학회는 각 학회에서 취합한 자료를 전국 의과대학으로 발송, 각 교과목 담당교수들의 검토를 거쳤다. 또한 기초의학의 학습목표가 임상분야에서 개정하게 될 임상의학 학습목표를 위해 기초의학이 담당하는 영역 및 수준에 대한 의견도 동시에 받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의학교육 전문가들로 구성된 의학회 학습목표 중앙실무위원 및 한국의학교육학회 학습목표 연구위원회로부터도 의견을 취합하는 절차를 밟았다.

약학회나 약학대학의 경우도 '약대 6년제'를 실현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들을 전개하고 있다.

학습목표개정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나

의대나 약대가 학습목표개발을 완벽히 해 놓았다는 것은 아니다. 단지 이들 대학에서는 교육환경변화에 따른 수정·보완작업이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서로의 견해차가 많아 갑론을박만 하고 끝날 지라도 일단은 한자리에 모인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하지만 한의대 학습목표 설정에 있어 가장 중심이 되어야 할 전국 11개 한의과대학장 모임인 한의과대학교육협의회는 어떠한가. 밖으로 표출되는 사업계획 하나 없는 유명무실한 단체일 뿐이다.

얼마 전 약학대학교수협의회장이 경선으로 선출된 일이 있다. 교육부분에 있어서 나름대로의 소신과 적극성이 돋보이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한의과대학교육협의회장의 경우는 어떠한가. 경희대 한의대 학장이 그 직책을 맡게 돼 있다. 여기서부터 한의과대학교육협의회의 소극성이 잠재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해서는 겨우 인쇄비에 불과한 예산을 책정해 놓고 거창하게 연구용역을 준 양 생색내기에 여념이 없는 한의협이나 의학회처럼 주도적으로 나서서 이끌고 가지 못한 한의학회도 그 책임을 모면하기 힘들다.

'한의과대학 학습목표' 개정작업은 한의학회가 주체가 되고, 활용 면에서 한의과대학교육협의회 및 한의사국가시험원 한의협 등 관련 단체들이 지원체가 되어 협동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한의과대학 교육과정에 포함되어 있는 양방과목문제, 임상교과목의 분과문제 등 한의과대학의 전반적인 교육체계와 관련된 문제는 한의학의 발전방향과 맞물려 종합적으로 다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예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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