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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버린 생각
2003년 03월 19일 () 14:01:00 webmaster@mjmedi.com
마음의 여행, 정서의 여행

김명렬著
매일경제신문사刊

맑고 푸른 하늘에 눈이 시립니다. 이럴 때 여행을 떠나면 어떨까요? 필요한 최소한의 물건과 약간의 돈, 책 한 권을 들고 말입니다. 돌아오는 것을 지나치게 생각지 않아도 되는 곳이나 시간적인 여유를 가지고…. 풍경의 감상이 아닌 정서에의 여행을 떠나고 싶은 분들에게 권하고 싶습니다.

여행과 사람과 잡지를 각별히 좋아하는 저자가 우리 나라 산천 곳곳을 낡은 차를 타고 주유하며 사색한 이야기를 기차, 숲, 암자, 호수, 섬, 마을, 장터, 축제, 고도, 맛 등의 소재를 통하여 잔잔하게 일러줍니다. 여명의 동해바다, 녹음의 산, 먼지 날리는 황톳길, 도시의 불빛, 산사의 아침, 골목길, 호수, 섬, 시장 이렇게 종횡으로 거침없이 다니며 찍은 마음을 움직이는 사진들이 있습니다.

몸이 피곤하면 몸살이 오듯이 정서가 둔감해졌을 때 기다렸다는 듯이 정서에 찾아오는 몸살. 아름다운 정서를 갖고싶은 모두의 소박한 희망입니다. 그 희망으로 돌아가는 몸살의 대표적인 형태가 여행이라고 생각하는 저자는 느림과 버림을 예찬합니다.

“…많은 여행자들이 범하는 실수중의 하나가 지나치게 바쁘게 다닌다는 것이다. …큰맘 먹고 떠난 긴 일정의 여행, 그 동안 가급적 많이 보고 많이 느끼고자 하는 희망을 모르는 것은 아니나, 그 많음은 바삐 다니는 데서 얻어지는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느리게 다니는 데서 얻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여행이 생산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시간을 아름답게 ‘허비’하는 것이라는 점을 깨닫는 것이다.

거듭 말해 여행은 효용의 추구가 아닌 비효율의 추구이다. …그렇게 배낭을 꾸려 길을 떠나면 시간은, 그리고 존재는 ‘정지된 무용’으로서의 산하를 다시 일깨워 함께 춤추며 걸어간다. 여행은 얻는 것이 아니라 버리는 것이고,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우는 것이며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 투신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게 자신을 던지면서 표현으로 충만한 여행길에서 돌아와 배낭을 정리하다 보면 텅 비어 가벼운 줄 알았던 배낭 안에 어느새 여행이 몰래 집어넣어 준 묵직한 선물이 가득 들어 있기는 하다.”

마음의 여백이 더 커짐을 느낍니다.

물질적으로는 풍요해지고 있으나 점점 떨어지는 우리의 삶의 질을 조금이나마 올리기 위해 마음의 여행, 정서에의 여행을 떠나봅시다. 반갑게 혹은 생경하게 맞이해 줄 어느 이름 모를 곳으로.

박근도(서울 상계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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