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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의료봉사기(2)-김규만(서울 굿모닝한의원)
2003년 03월 18일 () 15:00:00 webmaster@mjmedi.com
   
 
인간미 더해지는 트레킹 진료

사진설명-현지 주민에게 침을 놓고 있는 필자(위), 남체초등학교에 설치된 진료실 입구에서 예진을 받기위해 줄서 있는 아이들(아래)

세르파들의 고향

모든 세계의 산악인들 중 남체바잘과 쿰부에베레스트 지역의 푸른 하늘과 검은 산과 만년설을 그리워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곳 히말라야 에베레스트의 강한 흡인력은 사람의 마음을 빨아들이고 매혹시킨다. 이곳에는 늘 바람과 눈과 검은 산이 현실 속에 공존해 있다. 언제나 흰 산을 바라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가 머물고 있는 이 ‘Namche Bazar’는 ‘세르파들의 고향’이다.

‘Nam’은 ‘하늘’을 의미하고 ‘che’는 ‘장소‘를 의미하며 ‘Bazar’는 ‘시장’을 뜻한다. 하늘과 맞닿는 곳이 라는 뜻이다. 남체의 뒷산은 곧장 하늘로 향해 있어서 하늘과 닿아 있다.

11년 만에 와 본 남체는 아주 많이 변한 것 같다. 이곳은 슬프게도 70년대 우리 새마을 운동을 닮아가고 있다. 색칠한 지붕, 시멘트의 사용이 늘어나서 자연스러운 맛이 많이 희석되어 버린 것 같다.

토요일 오전 아침 일찍부터 남체의 장이 선다. 이 장은 햇볕이 들어오지 않는 아침 일찍부터 열리지만 장 특유의 활기가 넘친다. 우리의 예전 시골장을 연상시킨다. 남체에 있는 동안 잠시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남체바잘”이란 이름이 가능하게 한 것이 이 ‘장’ 때문이기도 하다.

바람·눈·검은 산

남체 초등학교 진료를 끝으로 공식적인 진료 부담에서 벗어나도록 자유진료를 선언했다. 길을 가면서 만나는 동네 사람을 진료하고 방문진료도 하기로 했다. 남체학교 진료를 끝내고 충남산악연맹 쿰부 에베레스트 트레킹팀을 방문해서 전원 치료를 해줬다.

실제로 고산병 증세를 조금씩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우리 한방 침 치료는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 이들은 답례로 페트병에 든 1.8ℓ 소주 됫병을 선물로 주었다. 남체는 저녁 7시가 되면 통행금지여서 우리는 갇혀서 창과 소주를 마시고 밤을 보내고 다음날 일찍 티앙보체로 향할 준비를 했다.

남체의 동북향으로 한 10분쯤 마을을 지나 가파르게 올라간 다음 산모퉁이를 돌면 멀리 산 허리에 실띠 같은 길이 끝없이 아득하게 걸려있다. 이 길을 걸어 가다보면 티앙보체가 나온다. 앞에 가던 포터와 쿡들이 이야기해서 인지 소문을 들어서 인지 이 길을 가면서 많은 환자를 보았다.

티앙보체의 사원

오전의 산행은 내리막이라서 어렵지 않다. 그러나 오후의 산행은 한참 가파른 길을 올라가야 한다. 이 길은 일단 오르막을 다 오르고 나서 느긋하고 천천히 고도를 즐기다보면 티앙보체의 일주문(Kani)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티앙보체 Gompa(사원)는 지금 대대적인 중청불사를 하고 있었다.

여기에는 55명 가량의 라마들이 수행을 하고 있다고 한다. 쿰부에베레스트 지역의 림포체(門中의 房長?)도 여기에 머문다. 나는 이들 중 영어가 통하는 이에게 오늘 KOMSTA 오후 진료가 있으니 곰파의 라마들에게 와서 치료받도록 알려줬다.

어제 밤 남체에서 칼라파타를 갔다오겠다는 김중식 단원(경향신문)을 포터 1명 가이드 1명을 붙여 보냈더니 티앙보체 곰파 앞에서 쉬고 출발하려는데 만났다. 그래서 그와 만병초(네팔 國花) 숲 사이로 느리게 내리막을 걸어서 데부체의 곰파까지 동행을 했다.

이 곰파에는 치매에 걸려서 감자를 먹으며 하염없이 이빨 없는 입을 오물거리는 할머니 라마가 있었다. 이보다 약간 젊은 라마는 그렁그렁 슬픈 해수 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 할머니 라마도 치료를 해줬다. 이 비구니들의 데부체의 절도 중청불사에 들어갔다. 절 뜯고 짓는 것이 비슷해 보인다. 김중식 단원과는 페리체까지 함께 가주고 싶었지만 왕복 3시간이 걸릴 것 같아서 데부체에서 헤어지기로 했다.

헤드랜턴 화타(?)들

다시 급하게 탕보체로 돌아오니 단원 몇 명이 도착해 있다. 해걸음에 많은 라마들이 오늘 우리가 묵을 롯지로 몰려왔다. 그들을 수용할 방도가 없어서 곰파에 진료하는 공간이 있는지 알아봤다.

그래서 우리가 진료준비를 해 곰파로 방문해 티앙보체 곰파의 이 층 방에서 진료를 시작했다.

라마승 뿐 아니라 동네 사람도 많아서 전원이 참가해서 많은 환자를 봐야 했다. 헤드랜턴을 머리에 달고 바닥에 앉아서 진료를 했다. 조용한 곰파가 왁짜지껄 하다. 진용석과 김희선 총무까지 총 동원돼 진료를 했다.

해발고도가 3800m정도가 되니 적응 안된 사람들은 다들 숨이 차서 힘들어한다. 그러나 괴로워 말지어다. 우리는 내일 아침에 하산한다. 잘 자라, 중생들이여!

다음 날 아침에 김용과 노영현 단원은 좀 더 올라가서 트레킹 진료를 하겠다고 해서 허락했다. 그들의 젊음을 이해한다. 나머지 인원은 쿰중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밤새 비는 내렸지만 아침이면 여전히 구름이 낀 하늘이다.

내려가는 하산 길이라 발에 날개를 달고 쏜살같이 내려간다. 풍키당카 주막집의 늙은 주인 아주머니 두 명에게 침을 놔주고 다시 빠르게 내려갔다. 트레킹은 군대 행군과는 전혀 다르다. 자기의 호흡과 자기의 심장의 박동과 발걸음을 맞추어 자유롭게 가는 것이다.

억압(抑壓)과 가무(歌舞)

우리의 가이드와 포터들과 쿰중으로 넘어가는 길에 祈禱文을 새긴 돌무더기가 무더기로 쌓여있는 ‘랍자’가 있는 곳에서 우리의 키친 보이와 포터들이 모여서 쉬고 있었다. 우리는 당장 네팔 노래 ‘레샴피리리’와 민요들 우리 노래 ‘만남’, ‘사랑해’ 등의 노래로 30분 이상 진지한 가무의 시간을 가졌다.

억압이 많으면 많을수록 분출되는 에너지도 강해지는 모양이다. 노래판을 벌이면 이들은 금방 어깨춤을 덩실거린다. 이들의 노래는 음의 고저가 유별나지 않고 평이하게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노래가 아주 길고 4~5절 이상이 된다.

쿰중과 쿤데는 연결된 동네로 경지 면적이 다른 어느 곳보다 넓어서 경제적으로 안정돼 사람들이 좀 통통하고 남루하지 않다. 우리는 약간씩 뿌리는 빗방울을 맞으며 그리운 쿰중으로 향했다. 쿰중은 쿰부에베레스트 지역 어느 곳보다 참 아늑하고 평화로운 곳이다. 이곳은 참 맑고 깨끗하고 상서로운 느낌을 준다.

쿰중에서 의료봉사

돌담과 마당이 널찍한 쿰중 호텔 안에서 짐을 풀었다. 우리는 1층 홀에서 환자를 받고 의료봉사를 하기로 했다. 도착하자마자 우리와 똑같이 생긴 세르파족들이 밀려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의료봉사를 가면 사람이 많으면 힘들어도 늘 행복해진다. 우리가 베풀 기회가 많기 때문이리라. 시간이 많지 않지만 여기에 온 사람들을 전부 치료해야 오늘 일과가 끝날 것이다.

환자를 다 보고 나서야 우리는 저녁을 먹었다. 저녁 후 미국인 다이안과 그 친구 밥을 만났다. 그녀는 동양의학의 신비에 꽤 감동하는 눈치다. 그녀는 Fitness전문가라고 하는데 운동을 많이 해서인지 작은 몸이 꽤 단단해 보이나 자궁도 없고 두통, 현훈, 심장이 답답한 병투성이 환자였다. 침을 맞으니 모든 것이 맑게 갠다고 한다.

그녀는 우리의 열렬한 팬이 돼 쿰부에서 카투만두까지 우리와 행동을 같이 했다. 이 동네 젊은이들과 호텔 매니저 등을 치료해 주니 아주 즐거워한다. 우리는 이곳에서 참 따뜻한 인간애를 나눴다. 트레킹봉사란 힘들고 고달프지만 마음과 마음끼리 만나는 그 교류는 참 눈물같이 아름답다!

< 계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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