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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의료봉사기(1)-김규만(서울 김규만한의원)
2003년 03월 18일 () 15:00:00 webmaster@mjmedi.com
   
 
카투만두에서 쿰부 에베레스트로

사진설명-네팔 티미市의 경희친선병원 앞에서 진료를 기다리고 있는 주민들(위)과 현지민을 진료하고 있는 필자.

9월17일 인천발 홍콩행

1993년 2월 山河에 유채 꽃이 노랗게 만발할 때 稚氣로 충만한 4명의 한의사가 ‘한의사 해외의료봉사단’이란 이름을 붙이고 네팔을 찾았다. 그로부터 꼭 10년 7개월만에 다시 찾아간다.

영종대교에서 바라본 갯벌에서는 그리움이 피어오르고 있다. 갯벌은 모든 것을 수렴하듯 나의 영혼을 끌어당기고 연한 안개 속의 작은 무인도와 함께 어우러져 있다.

KOMSTA 단원들과 제 38차 네팔 대한한방의료봉사단 세레모니를 하고 짐을 붙이고 비행기에 탑승했다.

제주도와의 만남을 끝으로 비행기는 공해상으로 나와서 홍콩으로 향한다. 홍콩에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공항서 5시간 정도 대기했다.

진선두, 백인순, 김병수, 오형근, 임인규, 김명희, 노영현, 김영 등 한의사 단원들과 김희선 총무, 그리고 경향신문과 KBS ‘제3지대’ 팀등 총 14명이 한 팀이다. 트리뷰반 공항에서 임시 Visa를 받고 있는데 김진식 참사관과 KOICA의 김현규 소장께서 도와준다. 공항 밖으로 나오니 이번 행사를 총괄하여 도와줄 임근화 선생께서 나와 있다. 이 날 우리는 선물로 줄 모자가 든 박스를 한 개 잃어버렸다. 늦은 시간 호텔 안나푸르나에서 짐을 풀었다. 나의 방 파트너는 김병수 전남지부장과 오영근 원장이다.

네팔의 남과 여

네팔에 들리면 남정네들의 눈길을 끄는 책이 있다. 카마수트라 經이다. 이 책에는 다양한 섹스의 체위가 적나라한 그림과 함께 설명되어 있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 이들의 단조로운 삶에 비상구가 Sex인지 모르겠다. 사람들은 순하고 어질게 살지만 이들은 Kaste라는 제도에 너무 꽁꽁 묶여 희망이 없고 체념해서인지 남루한 옷차림에도 불구하고 손과 목, 귀와 코에 많은 장식을 하고 있는 것에는 슬픈 비밀이 숨어있음직하다. 네팔은 남자들의 천국이다. 남자들은 부인을 여럿 거느리는 상습적인 일부다처의 나라이다. 여성들은 노동의 일터에 나선다. 남성들은 별로 할 일이 없어 백수 건달처럼 흐느적거리며 소일한다. 경제적 시각과 효율에 익숙한 나그네가 보기에는 참 알 수 없고 애매모호하며 불가사의하다. 네팔의 여인들의 선하고 깊은 눈길에 슬픔이 느껴지는 것은 나그네의 편견인지 모르겠다.

9월18일 - 진료실 개소식

아침 일찍 카투만두 인근 티미 市에 있는 경희 친선 병원에서 콤스타 의료봉사 개소식을 가졌다. 유시야 대사, 김진식 참사관, 김형대영사, 티미 市長 등이 참석했다. 티미시에서는 2일간 활동하기로 했다. 콤스타 선서를 하고 진료에 임했다.

표고 2백 미터에서 4천 미터까지 다양한 생물 유전자원이 존재하는 곳이 네팔이다. 카투만두에는 티벳의원이 있어 한인들이 가끔씩 이용한다고 한다.

나는 이번 원정은 가장 고달프고 힘든 원정이 될 것이란 상상을 했다. 그래서 “즐겁게 하자!”를 화두로 삼았다. 병원으로 많은 교민들과 관계자 분들이 방문한다. 카투만두로 돌아올 때 검은 매연이 편도선을 자극하였다. 차량과 오토바이가 뿜어내는 매연이 너무 심하다.

9월19일 - 여유로운 나라

둘째 날은 사람이 더 많이 왔다. 관절·소화기·호흡기질환자가 많이 보인다. 정신적인 것은 우리보다 훨씬 안정적인 것 같다. 위생상태가 안 좋아서 구충제도 함께 주었다. 네팔은 세계 4대 빈국이라지만 “얼어죽는 사람 없고 굶어죽는 사람 없다”고 한다. 카투만두 인근의 날씨는 대충 긴팔, 반팔 티와 긴 바지, 짧은 바지만 있으면 지낼 수 있다고 한다. 아열대이지만 해발 1400m 정도 되는 고원이라 지내기에 기온도 적당하다. 땅이 비옥하고 적당히 비가 내려서 씨만 뿌리면 곡식이 다 잘 자란다. 문화재도 상상외로 많다. 가난하지만 낙천적이고 여유로운 나라이다. 최빈국 방글라데시의 행복지수가 세계 1위라는 것은 이곳에 사람들의 표정을 보면 이해가 된다.

거대한 종교의 용광로 같은 힌두교의 영향으로 Holyday가 아주 많다. 까마귀의 날도 있으니까! 네팔을 전반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Hinduism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갈 쿰부에베레스트 지역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Tibet불교를 이해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중요한 곳은 군인들이 지키고 있다. 마오이스트들의 공격에 대비한다는 것이다. 이곳 밥은 주식인데 불면 날라가는 안남미 종류이다.

9월20일 - 트레킹 진료

새벽 5시에 모닝콜을 부탁해서 개인 짐을 챙기고 박스를 꾸렸다. 공항의 검색이 삼엄하다. 18인승 경비행기를 타고 루크라로 갔다. 한참 귀가 멍한 상태로 활강하다가 약간 경사진 포장이 잘 된 공항에 착륙했다.

오늘은 느긋하게 루크라에서 팍딩까지 간다. 오늘부터 전례 없는 Trekking진료의 시작이다. 맑은 하늘 벌써 설산이 눈에 들어온다. 모든 것은 거짓이 없는 원색으로 곧 바로 가슴에 날카롭게 와 닿는다. 아주 아득한 흑백 활동 사진의 기억이 천천히 칼라로 인화되는 것을 느낀다. 오래된 과거가 언젠가 와본 것 같은 기억으로 재현되는 순간이다.

우리의 메인 가이드는 ‘다와’라는 이름의 세르파족이다. 한국어를 잘 못하지만 영어는 유창한 30대 중반의 친구이다. 세르파나 타망족은 다 우리와 같은 몽골리안이다. 세르파 남성들은 태어난 요일에 맞추어 이름을 짓는다. 다와(Dawa)는 월요일에 태어난 아이이다.

화요일은 밍마(Mingma), 수요일은 락파(Lakpa), 목요일은 푸르부(Purbu), 금요일은 파상(Pasang), 토일일은 펨바(Pemba), 일요일은 니이마(Nyima)라고 한다. 참 단순하고 재미있다.

우리는 거센 물살이 급한 곡선을 이루며 흐르고 넓은 잔디가 있는 롯지에서 머물기로 하였다. 도착하자마자 탁자와 책상을 준비해서 환자를 받을 준비를 했다. 갑자기 많은 세르파족과 라이족 사람이 몰려온다. 세르파는 우리와 똑 같은 용모이고 라이는 약간 저지대에 사는 우리와 약간 맛이 다른 사람인데 이곳에도 많이 살고 있다.

라이 여성들의 코에는 어김없이 금으로 된 코걸이가 있다. 날이 저물어 머리에 헤드랜턴을 켜고 환자를 다 보았다. 내려오는 길에 다시 들릴 것이라는 이야기를 전해 두었다. 저녁이 허전해서 네팔 창을 한 초롱 구해와서 단원들과 마셨다. 술맛이 막걸리와 아주 흡사하지만 물이 많이 섞였다.

9월21일 - 異國 山上 차례

한가윗날. 넓은 마당 탁자에 간단한 차례상을 마련했다. 나침반으로 방향을 잡고 어포와 약과, 과일 등을 놓고 단원들 모두 절을 하고 술을 올렸다. 조상신, 산신, 쉬바와 비슈누 등의 힌두신, 인샬라의 마호멧, 삼위일체의 하느님, 자비의 부처님, 조로아스터의 불신 등등 萬神에게 다 경배했다. 날씨가 맑아 오늘은 남체까지 올라가기로 했다. 길이 좀 험하다. 트레킹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먼저 간 포터들이 선전을 해놔서 가는 길에 우리를 보고 진료를 부탁하면 즉석에서 치료를 해주기로 했다. 남체에 도착하면 흉물스러운 시멘트 일주문(Kani)과 만나고 시멘트로 만든 엽기적인 쵸르텐(불탑)과 만난다. 이곳도 우리의 70년대를 답습하고 있는 것 같다.

고단한 하루가 간다. 호텔 남체에서 하루의 살림살이를 푼다. 저녁엔 식당에 모여서 담소를 하고 창을 마신다. 이 집은 그래도 전기가 들어온다.

9월22일 - 남체서 아리랑을

남체 초등학교에서 의료봉사를 하기로 했다. 아침에 영문으로 포스터를 써서 동네 길목 길목에 붙였다. 잘 될 것이라고 믿었지만, 가장 많은 환자를 진료할 것으로 생각했던 남체에서 우리는 가장 실망스런 경험을 했다. 그러나 아주 즐거운 하루였다. 김병수 지부장이 학생들에게 아리랑을 가르치니 금새 따라서 한다. 아리랑소리가 남체의 소쿠리 같은 U자 마을에 안긴다. 학생전원에서 준비해간 구충제와 예쁜 장갑을 선물로 주었다. 비가 내리는데다 감자 수확철인 탓인지 환자가 생각보다 적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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