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대표회장 선거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각 후보들의 기자회견이 열리고 교계 역시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아무래도 석연치 않은 것은 교계가 WCC 총회에 대한 ‘색깔론’의 범주를 넘어서 이제는 사생결단에 가까운 대결구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 증거로 제시될 수 있는 것이 지난 1959년의 장로교단 분열의 아픈 역사를 계속 들춰내는 일이다.

지난 역사를 뒤돌아보자는 취지는 이해가 가지만 아무래도 후보들의 공약이 미래지향적인 것 보다는 WCC라는 덫에 걸려 과거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한국의 기독교를 대표하는 기관이다.

이러한 기관이 과거의 역사를 되새김질 하며 소모적인 논쟁을 벌여야 한다는 사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유럽은 지금 어느 나라를 가더라도 텅 빈 교회들을 볼 수 있다.

국내 최대 교단이라는 장로교의 본산지인 스코틀랜드의 교회들은 목회자가 없어 목회자를 보내 달라는 기도를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교회가 문화공간이나 공연장, 심지어 다른 종교의 집회장소로 탈바꿈 하거나 유흥장이 된 사례도 많다.

그나마 빈자리를 채우는 노인들마저도 몇 안 되는 게 오늘날 유럽교회의 현실이다.

미국의 경우는 이미 케네디 대통령 시절부터 기독교의 위상은 떨어졌으며 세속화된 종교적 분위기는 어느새 성공회의 경우 동성애자 사제들이 중책까지 맡기에 이르렀다.

미국의 유수한 신학교들이 요즘 내놓는 신학적 노선은 매우 황당하다. 예수님의 육적부활에 대한 의문을 갖기도 하고 자유롭다 못해 다원주의적인 신앙으로까지 흐르고 있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떠한가? 지금부터 50년 전이라면, 기독교가 아직 부흥의 열매를 맺지 못하던 시기이다.

그러나 모이기에 힘쓰고 기도하기에 힘쓰던 순수했던 시절임에는 틀림없다.

특히 한국전쟁의 아픈 상처를 안고 있었지만 신앙의 자유를 찾아 북한에서 월남한 성도들의 신앙은 본받을 만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50년 후인 오늘의 한국교회는 그때의 순수함을 잃어버린 교회가 되어 버렸다. 물량화 세속화의 영향을 받은 교회들은 이제 장년 중심의 교회가 되어 간다. 주일학교와 청소년사역은 초토화 되었다.

앞으로 50년 후의 한국교회를 상상해 본다면 끔찍하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0년 전을 캐어내는 후보는 있으나 50년 앞을 내다보는 선교정책을 내놓는 후보는 없다는 것이 큰 문제이다.

당장 되고 보자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차세대 선교정책이 이제는 나올 때가 된 것 같다. 사실 한국은 세계 제2위의 선교국가다.

그만큼 선교사들을 많이 파송하고 있다는 얘기이지만 국내 교회의 빈자리가 소리 없이 늘어 가고 있는데도 땅 끝까지 복음 만 전하러 간다면 그건 모순이라고 생각한다.

주일학교가 사라지고 청소년들이 교회를 떠나가는 마당에 지금 50년 전 일들로 지루한 논쟁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지금 한국교회의 현실을 보면 한 숨이 절로 나온다.

태신자의 유입은 거의 없다. 상당수의 성도들이 가톨릭으로 개종을 했으며 신천지 등의 신흥 이단으로 옮겨 갔다. 무리한 건축을 시도했던 대형교회들의 부도설이 나돌고 있으며 각 교회들은 예산을 축소하느라 분주하다.

50년 후의 한국교회가 걱정되는 대목이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 부흥하는 교회들도 알고 보면 다른 교회에서 수평 이동 한 경우가 대부분이며 정치적 색깔이 분명한 교회들이 많다.

한마디로 그 교회에 출석하면 ‘이익’이 어떤 식으로든 발생한다는 계산에 의해서 신앙생활을 하는 웃지 못 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사태가 이 지경인데 앞을 내다보는 차세대 선교전략, 그것도 국내 선교를 위한 공약은 왜 안 내놓는지가 궁금하다. 적어도 한국교회의 장래를 생각한다면 밤잠을 이루지 못할 만큼 고민이 될 대목이 아니겠는가?

50년 후에 한국 교회가 지금 유럽의 교회처럼 빈집이 되지 않게 하려면 무엇이 더 중요한지는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적어도 한기총회장에 출마하는 후보들은 한국교회를 향해 ‘미래의 비전’을 분명하게 제시해 주었으면 한다. 주일학교와 청소년부의 활성화, 농어촌교회 대책 등 지금부터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

땅 끝까지 선교를 나가는 것도 좋지만 한국교회가 비어 있는 상황에서 어떤 자원을 가지고 선교를 나가자는 것인가?

물론 한기총회장의 임기가 고작 1년 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거시적인 공약을 내놓기는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기에 더욱 과거에 머물지 말고 미래의 한국교회를 바라보는 진취적인 선교전략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차세대 선교를 고민하는 후보의 공약을 보고 회장으로 섬기고 싶은 것이 솔직한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