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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84년 호주 카오필드 그래머 스쿨의 초대 교사들과 데이비스 교장(가운데 아래) |
조셉 H. 데이비스는 1856년 8월 22일 뉴질랜드의 왕가라이(Wangarai)에서 아버지 찰스 데이비스(Charles Davis)와 어머니 마가렛(Margaret Sandeman)의 9남 3녀중 차남으로 출생하였다. 그가 4살 때인 1860년 부모를 따라 호주 멜버른으로 이주하였다. 그의 부모는 ‘플리머스 형제단(Plymouth Brethren)’에 속한 매우 경건하고도 열정적인 신앙인이었다. 데이비스는 11살때 신앙 고백을 하였고, 어릴 때부터 선교사의 꿈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데이비스가 12살 때 그의 아버지는 세상을 떠났고, 그의 어머니 또한 병약한 상태였으므로 그는 이때부터 대가족을 이끌어가야 하는 힘겨운 짐을 져야했다. 그는 아버지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하면서 가족을 부양하였고 주경야독의 젊은 날을 보냈다. 그는 멜버른 대학교 문과에 등록하였다. 대학 재학중이던 1876년 그의 누이동생으로부터 인도에 선교사가 매우 부족하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호주 성공회(Church Missionary Society) 소속 인도 선교사로 자원하였다. 그는 인도에서 21개월간 사역하다가 중 건강의 악화로 더 이상 선교지에 남아 있을 수 없어 1878년 5월 21일 멜버른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인도에서의 그의 사역은 성공적이지 못했다. 복음에 대한 그의 가슴은 뜨거웠으나 선교사로 일할 만큼의 충분한 자질을 갖추지 못했던 것이 첫째 이유였다. 그리고 그의 건강이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멜버른으로 돌아온 데이비스는 멜버른 대학에 등록하여 1881년 3월 멜버른 대학을 졸업했다. 그는 선교지로 갈 수 있는 적절한 때가 올 때까지 교육 사업을 시작하기로 작정하고, 고향 근교에 코필드 문법학교(Caufield Grammar School)를 설립하고 1881년 4월 교장에 취임하였다. 이때부터 1888년까지 그가 교장으로 재직하는 동안 코필드 학교는 명문 사립학교로 발전하였고, 자신의 개인적인 명성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안정을 찾았다. 그러나 그는 학교를 운영하면서도 항상 선교지 인도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면서 그날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와 같은 결단에는 그의 누이동생의 영향도 적지 않았다. 그의 여동생 사라는 아직 10대 소녀에 지나지 않았으나 1875년 남부 인도의 벨로레(Vellore)에 성공회 선교사로 파송됨으로써 인도에 파송된 호주 역사상 최초의 여선교사였다.
그는 선교지로 돌아가기로 작정하고 1888년 4월 다시 인도 선교사로 지원하였다. 이 무렵, 1887년 한국을 방문했던 영국의 울프(J. R. Wolf) 중국 주재 선교사의 편지가 발표되었다. 성매리 교회의 매카트니(H. B. McCartney) 목사가 편집, 발행하는 『국내, 국외 선교(The Missionary at Home and Abroad)』에 실린 한국 선교의 필요성과 그 긴박성을 호소한 충격적인 편지를 읽고, 데이비스 남매는 한국 선교를 결심하고 한국 선교사로 자원하였다. 그러나 데이비스는 안수 받은 목사가 아니며 아직 한국에는 성공회 선교부가 설치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거절되었다. 그는 한국 선교사가 되기 위한 목적으로 성공회와의 관계를 끊고 빅토리아주 장로교회로 이적하였다. 데이비스가 장로교 목사로서 한국으로 향하게 된 배경에는 멜버른의 투락(Toorak)장로교회의 젊은 목사였던 이윙(John F. Ewing)의 역할이 지대하였다. 스코틀랜드에서 목회하던 중 투락 교회로 부름 받은 젊고 유능한 목사였던 그는 후일 빅토리아 주의 젊은이들의 가슴 속에 선교의 이상을 심어준 분으로서 데이비스를 장로교회로 인도하였을 뿐만 아니라, 1888년 11월 22일 장로교 총회에서 17명의 지도급 총대원들의 서명을 받아 데이비스를 한국 선교사로 갈 수 있도록 인준해 달라는 청원서를 제출하였던 것이다. 이 청원서는 신중히 검토되었고 멜버른 남노회는 데이비스가 에딘버러에서 6개월간의 신학 교육을 마치고 시험에 합격하면 목사로 안수할 것을 가결했다.
당시 에딘버러대학교의 뉴칼리지(New College)는 스코틀랜드 자유(장로) 교회(Free Church of Scotland)의 신학 교육 기관으로 우수한 학교였으며, 데이비스는 이곳에서 일정 기간 교육을 마치고, 멜버른 남노회가 실시한 목사 고시에 매우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했으며 1889년 8월 5일 목사 안수를 받았다. 데이비스가 한국 선교를 거론했을 당시에 한국에서는 선교의 자유가 공적으로 인정되기 이전이었으므로 빅토리아 주 장로교회는 한국 선교의 필요성은 인정했으나 현실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이었다. 그래서 데이비스를 선교사로 인준하였지만 재정적으로 지원하면서까지 한국 선교부를 설치할 계획은 없었다. 이 때 겨우 창립 일주년밖에 안 된 26개 교회 청년 약 300여 명으로 구성된 청년 연합회(Young Men’s Sabbath Morning Fellowship Union)의 재정 지원 하에 한국 선교사로 파송 받았고, 그의 누이 메리 데이비스는 뜻 있는 그리스도인들로 구성된 멜버른 교회 기독교 연합회(Suburban Christian Union)의 지원 하에 함께 한국으로 향하게 되었다. 데이비스 남매는 1889년 8월 16일 금요일 저녁 멜버른 시내 YMCA 홀에서 거행된 환송회를 끝으로 멜버른에서의 모든 공식적인 일정을 마치고 8월 21일 멜버른을 떠났다. 시드니에서 며칠을 보낸 후 다시 8월 22일 증기선 ‘치난’(S. S. Tsinan)호로 시드니를 떠났고, 이로부터 40여 일간의 길고도 지리한 항해를 끝내고 10월 2일 이른 아침 부산항에 입항하였다.
항해 도중 데이비스 남매는 일시 본국에 귀국했다가 다시 임지인 서울로 돌아가는 중이던 당시 육영 공원(育英公院) 교사였던 벙커(D. A. Buncker)씨 내외를 만나 한국의 정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벙커씨의 안내로 부산을 둘러본 후 다시 출항하여 10월 4일, 오전 11시에 제물포(인천)에 도착하였다. 이때 마중 나온 감리교 선교사 존스(Jones)를 만났고 곧 이어 헐버트(H. B. Herbert) 등을 만났다.다음날 아침 8시경 말을 타고 서울로 향했고, 의사 헤론(Dr. J. W. Heron), 스크랜튼 부인(Mrs. Scranton) 그리고 데이비스보다 5주 앞서 입국한 맥길 의사(Dr. McGill) 등 미국 선교사들을 만날 수 있어서 평안한 마음으로 서울에서 첫날 밤을 지낼 수 있었다.이때부터 서울에서 보낸 5개월간 데이비스는 한국어 공부에 최선을 다했다. 그는 원래 언어에 재능이 있었으므로 그의 한국어 실력은 급속도로 진전되었고, 5개월이 지난 때에는 일상의 대화는 물론 가벼운 설교까지 가능할 정도였다고 한다. 데이비스와 접촉했던 동료 선교사들의 기록을 종합해 보면 그는 복음 증거에 대한 열정이 강했으므로 언어의 습득 또한 그만큼 빨랐다는 것이다. 이 기간 동안 데이비스는 북장로교 선교사와 함께 지내며 사역하였지만, 특히 언더우드와는 각별한 사이였다. 언더우드는 데이비스를 그가 만난 선교사 중에 가장 우수한 선교사였다고 평했을 만큼 데이비스의 인품과 실력과 능력을 신뢰하고 있었다. 특히 선교에 대한 뜨거운 가슴과 함께 예리한 지성을 겸한 그에게서 언더우드는 동지 의식을 느끼며 자신과 함께 서울에서 일해 주기를 여러 번 간청하기도 했다. 데이비스는 고전어에 상당한 실력이 있었으므로 아펜젤러 등과 함께 성경 번역하는 일에 전념해 주기를 간청하였으나, 당장 그리스도를 증거해야 한다는 의식 때문에 후일의 선교 사역을 위해 준비하는 인내를 겸비하지 못했다. 그는 서울에 도착한 그 다음날부터 거리에 나가 전도하려고 했을 만큼 성격이 급한 데가 있었던 것 같다. 전도 여행은 데이비스는 한국에 도착한 그 다음해인 1890년 3월 14일 누님을 서울에 남겨둔 채 그의 어학 선생과 조수 한 명과 함께 한문 성경, 전도지, 금계랍(학질약)을 가지고 길을 떠났다. 그러나 낯선 풍습에다 언어 소통도 안되고 주민들은 그를 적대시하기까지 했다. 그의 전도 여행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주민들은 “양(洋)귀신, 양도깨비가 나타났다”고 적대시하며 대낮에 나타난 양도깨비로 알고 사람 대접도 못 받고 비웃음과 놀림을 받았다. 이제는 겨울도 거의 지났다고 보았던 그의 판단은 크게 빗나간 오판이었다. 3월이라고는 하지만 추위는 계속되었고, 자주 내리는 봄비로 질척거리는 진흙길은 피로를 더해 주었고, 여행 일정은 길어졌다. 데이비스가 택했던 부산까지 이르는 도보 여행길은 당시 서구인으로서는 감히 시도할 수 없는 무리한 여정이었다. 유독하게 추웠던 3월의 변덕스런 날씨와 불편한 잠자리, 맞지 않는 음식 때문에 허약한 그로서는 감당할 수 없는 무리한 모험이었다.
서울을 떠나 수원 등의 경기도 지방과, 공주 등의 충청도 지방을 거쳐 경상도까지 300마일에 이르는 거리를 약 20일간 답사 하면서, 목적지인 부산에 도착했을 때 그는 매우 절망적인 상태였다. 이 기간 동안의 전도 활동을 통해 복음에 대해 수용적인 코리아의 현실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무리한 도보 여행으로 인해 천연두에 감염되었고 곧 폐렴이 겹쳐 마지막 5일간은 아무 것도 먹지 못했다. 데이비스가 부산에 도착한 날은 4월 4일 금요일이었다. 이날도 억수같이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병에 걸려 쓰러진 그는 당시 1889년 12월 경상도 순회 전도 여행을 떠나서 부산에 머물고 있는 게일(J. S. Gale)에게 구조를 요청했다. 비를 맞으며 게일의 숙소를 찾아온 사람이 있었다. “게일 선생 계십니까?” “누구시오?”
“서양 양반의 심부름으로 왔습니다.” 그가 가지고 온 편지는 데이비스의 편지라기보다는 급한 전문 같은 것이었다. “게일 목사님, 빨리 와주시오. J. H. 데이비스 올림.” 게일은 편지를 가지고 온 사람을 따라 나섰다. 그의 안내를 받으며 다다른 곳은 민가에서 1.6km 떨어져 있는 다 쓰러져 가는 오막살이 집이었다. 방문을 여니 데이비스가 누더기를 덮고 쓰러져 신음하고 있었다. “데이비스, 어떻게 된 일이요? 어디가 불편합니까?” 게일이 손을 잡고 묻자 데이비스는 고개를 저었다. “어디가 아픈지 모르겠어요.… 일어날 수가 없어요.… 나를 위해 일해준 사람들의 품삯이 밀려 있는데 우선 품삯을 처리할 일이….” 품꾼인 듯한 사람이 방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게일은 품삯부터 계산을 하고 데이비스를 일으켰다. “내 숙소로 갑시다.” 비오는 길을 데이비스는 게일에게 매달려 가까스로 게일의 숙소에 도착했다. 게일이 마련한 간이 침대에 그를 눕히고 빗물로 범벅이 된 젖은 옷을 벗기고 빗물을 닦아 내고나니 데이비스는 생기가 도는 얼굴에 안도의 빛을 띠었다. 데이비스의 얼굴은 봄볕에 그을려 있었고 몹시 지쳐 보였으나 그의 눈빛은 반짝이고 있었다. 게일이 먹을 것을 만들어 오자 그는 먹어 보려고 무척 애를 썼다. 게일은 데이비스가 몇 숟가락을 뜨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가 일본인 의사를 불러왔다. 진찰을 끝낸 의사가 심각한 표정으로 게일을 끌고 나갔다.
“천연두에요, 폐렴까지 겹쳤어요.” 일본인 의사가 데이비스를 급히 병원으로 옮겼고, 게일과 그의 어학 선생 이창직이 밤을 새우며 지켜앉아 그를 간호했다. 데이비스는 곧 회복될 것이라고 도리어 게일을 위로하였으나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게 보였다. 게일과 데이비스 두 사람은 함께 기도했다. “건강하든지 병 들든지, 살든지 죽든지 오직 하나님께 영광이 되게 하소서”라고 아침에 일본인 의사는 진찰을 끝내고 나오면서 고개를 저었다. “급성 폐렴(肺炎)이 악화되고 있어요. 가망이 없습니다.” 게일의 극진한 간호와 도움도 소용없이 데이비스는 게일의 손을 잡은 채 평화로운 모습으로 조용히 눈을 감았다. 데이비스가 부산에 도착한 다음날인 4월 5일 오후 1시경이었고, 부활 주일 전 토요일이었다. 그의 나이 32세였다. 데이비스에게나 게일에게나 부산은 낯선 곳이었다. 장례식을 도와줄 사람이 없었다. 더구나 천연두로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알면 마을 사람들이 펄쩍 뛸 것이다. 게일의 조수 이창직과 그동안 가깝게 지내던 몇 사람의 도움을 받아 마을에서 멀찍이 떨어진 외딴 산기슭까지 운구(運柩)를 하고 매장을 했다. 남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데이비스가 서울을 떠날 때 가지고 왔던 한문 성경과 전도지 몇 장이 남아있었고, 금계랍 등 몇 가지 약품들은 그냥 나누어 주었던 모양으로 돈도 없고 약품도 남아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 게일은 몹시 허탈했다. 데이비스를 묻고 온 외딴 산기슭이 자꾸 돌아다 보였다.
제2의 데이비스여 일어나라 1890년 5월 6일, 멜버른 시내 스캇스 교회(Scots Church)에서 거행된 데이비스의 생애를 감사하는 기념 예배에서는 데이비스의 자기희생적인 모범이 높이 평가되었고, 한국 선교가 중단될 수 없는 사명임을 확인하였는데 이것은 빅토리아 주 장로교회의 한국 선교에 정신적 기초를 제공하였다. 친목과 교제를 위해 시작된 청년 연합회 선교사를 파송하는 조직체(Missionary sending organization)로 서게끔 확고한 기틀을 세워주었다는 점이다. 당시 이 연합회의 회장이었던 길레스피(Gillespie)는 데이비스의 선교 자취를 따라 가자고 호소하였고, 1890년 7월 23일 소집된 집행위원회에서는 한국에 선교사를 파송, 지원하는 일을 계속해 나가기로 결의하였다. 한국 선교는 장로교 여전도회 연합회(Presbyterian Women’s Missionary Union)조직에 동기를 부여하였다. 본국으로 돌아온 메리 데이비스는 한국 선교의 문이 활짝 열려 있음을 말하고, 이때야말로 선교를 시작할 때임을 강조하는 한편, 한국 선교를 지원하는 사람을 위해 써 달라고 50파운드를 기증하였다. 또 이 당시 데이비스의 여동생 사라는 발라랏에서, 그리고 데이비스의 동생 존 데이비스의 부인은 질롱(Geelong)에서, 하퍼 부인(Mrs. Harper)은 멜버른 시에서 각각 독립적으로 선교 운동을 위한 조직을 구상하고 있었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이 함께 어우러져서 1890년 8월 25일 정식으로 장로교 여전도회 연합회를 조직하기에 이른 것이다. 무엇보다도 흥미로운 사실은 이 연합회가 데이비스의 가족들에 의해 발의되었다는 점이다. 이 장로교 여전도회연합회는 처음부터 선교 운동을 중요한 목적으로 삼았고, ‘여성들에 의한, 여성들을 선교하는 단체(Mission work among women by women)’임을 분명히 했다. “데이비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 “제2의 데이비스여 일어나라”는 운동이 일어났다.
그리하여 1891년에는 존 멕케이 목사(Rev. J. H. MacKay) 부부를, 1894년에는 앤드류 아담슨 목사(Rev. Andrew Adamson) 부부를, 1902년에는 커렐 의사(Dr. H. Currell) 등을 파송하면서 한국에 선교사를 파송, 지원하는 일을 계속하였다. 데이비스의 묘지는 어디에? 부산 고신 대학교 이상규 교수는 데이비스의 시신이 매장된 곳은 복병산(伏兵山) 자락이라고 말했다. 그 후에도 여러 선교사와 그 가족들이 사망 후에 데이비스의 묘 근처에 매장되어 복병산 자락은 서양인의 묘지로 알려지게 되었다. 복병산은 지금은 부산항 한복판에 솟아 있는 고지(高地)로, 멀리는 현해탄이 보이고, 가까이는 부산시 중심을 굽어볼 수 있는 곳인데, 동광동 5가와 대청동 1, 2가 사이의 산으로 부산 측후소와 부산 방송국이 있던 자리이고, 선교사들의 무덤은 부산 방송국 동편에 있었다. 지금 복병산에는 남성 여자 중, 고등학교, 중동부 수도 관리소, 기상 관측소, 그리고 중구청이 서 있고, 남성 여자 중, 고등교 입구 쪽으로 복병산 체육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옛 부산 방송국은 지금 남성 여자 중고등학교 주차장이 되었다. 따라서 선교사의 묘지는 주차장 동편 학교 부지임을 알 수 있다. 서양인 묘지 가까이에는 금강사라는 일본인 사찰이 있었다. 그렇다면 그 선교사들의 무덤은 어떻게 되었을까? 일본인 우라타의 기록에 의하면, 그가 <조선 천주교 소사> 제2판을 간행한 때인 1934년, 데이비스의 묘를 찾아갔을 때 이미 묘와 묘비석은 황폐화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는 이렇게 쓰고 있다. '부산의 항구 적기반도의 산들이 멀리 한눈에 바라보이는 동북(東北)에 맞붙은 산허리 경사진 곳에 금강사의 새로운 건물 인접한 곳에 일단의 서양인 묘지가 있다.
날마다 생업에 바쁜 부산사람의 마음을 멈추게 할 수 없는 이곳에 대소 9기의 묘비석이 쓸쓸히 남아 있다. 화강암, 흰 대리석, 회색 대리석, 혹은 네모형, 뾰족한 것, 혹은 십자가형 등 여러 종류의 묘비석을 볼 수 있다. 언제 어떤 사람의 장난인지 반은 도괴되어 절반은 땅에 묻히어 겨우 새긴 몇 글자가 보이는 것, 두 동강이 나서 거꾸로 쓰러진 것, 위쪽에 크게 금이 간 비석 등이 한 그루의 잡목과 함께 있어 세인들이 얼마나 안 돌아보았는지 오랜 세월 학대받은 모습이 역력하다.' 여기 9기의 서양인 묘비석은 대부분 호주의 선교관련자의 묘비에 속한다. 새겨져 있는 문구와 묘비의 형식은 서구제국 뭔가의 특이한 점을 인지할 수 없지만, 조국을 수천만리 멀리 두고 돌아볼 수 없는 이국의 도시에 숙연하게 묻힌 것이야말로 우리들에게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우라타는 그곳의 묘비 중 맥카이 목사의 부인 사라, 아담슨 부인, 낸시 로즈, 그리고 데이비스의 묘비에 대해 기술하고 있는데, 이때는 이들이 매장된 지 40년이 지난 때였다. 비록 그는 외국인이었으나 “40여 년간 인간도 세상도 다 변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오직 신앙의 힘뿐이다”라고 말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에서 소외된 부산 외국인 묘지에 대한 기록을 남겨두고 있다. 연세 대학교 홍의섭 교수는 『신태양』1958년 12월 호에 ‘헨리 데이비스’라는 제목의 짧은 글을 기고할 당시 데이비스의 무덤이 수축되었다고 들었음을 언급했다. 부산의 향토 사학자였던 박원표는 그의 『개항 90년』에서 폐허가 되어버린 선교사의 무덤에 대해 기록하고 있음을 볼 때, 그의 책이 출판된 1966년까지는 그곳에 무덤이 남아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흔히 이 무덤은 부산진의 부산진교회 뒷산에 이장된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이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은 그 동안 부산의 교계가 이 지방 기독교의 연원과 초기 선교사들의 헌신과 수고에 대해 얼마나 무관심했던가를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가 아닐 수 없다고 부산 고신 대학교 이상규 교수는 그 안타까움을 말했다.
데이비스 선교사(J. Henry Davis1857-1903)
미국 남장로교에서 조선에 파송되어 최초로 순교한 여자 선교사님이신 데이비스 선교사님의 조선 사랑 이야기를 통해서 은혜를 나누기 원합니다. 언더우드 선교사님의 조선 선교의 시급성에 대한 호소를 듣고, 데이비스는 조선에 선교사로 가기로 결심하였습니다. 그러나 데이비스가 조선에 오기는 어려움이 많이 있었습니다. 당시 어머니가 중병으로 사경을 헤매고 있었기 때문에, 데이비스는 떠나는 날을 늦추려 하였습니다. 하지만 어머니가 강력하게 떠날 것을 요구하였습니다. 데이비스는 그래도 어머니를 돌보면서 떠나는 날을 늦추었지만, 어머니는 “내 말에 순종하라”고 하며 야단치듯 빨리 떠나라고 강권하였습니다. 데이비스는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고 어머니의 말씀에 순종하여 이역만리 한국 땅으로 향한 것입니다. 남장로교 7인의 선발대로 온 선교사 중, 처녀 선교사는 데이비스와 메티 선교사 두 분이었습니다. 데이비스 선교사는 7인의 선발대 중 가장 먼저 한국에 도착하는데, 그날이 1892년 10 월 17일이었습니다. 나머지 6명은 11월 3일에 도착하였습니다.
데이비스 선교사는 서울에 도착한지 9일 만에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데이비스는 눈물로 하나님께 기도하였습니다. “한국과 미국은 너무 먼 거리여서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은 뵐 수 없지만, 천국에서 어머니를 다시 만날 때는 한국의 수많은 영혼들과 함께 만나겠다”고 눈물로 기도하면서, 오직 한국인을 위하여 최선의 삶을 살 것을 다짐하였습니다. 7인의 남장로교 선교회 선교사님들은 한국에서 추운 겨울을 나면서 어학공부와 기도로 호남선교를 준비하였습니다. 준비하는 기간에 각 지역을 전도하고 다녔습니다. 그들은 언어와 한국의 풍습을 배우며, 선배 선교사들의 선교현장을 방문하면, 철저히 호남선교를 위해 준비하였습니다. 드디어 1896년 군산으로 내려가 어린이들과 부인들을 대상으로 선교를 시작하였고 학교사역을 감당하였습니다. 데이비스 선교사는 그 후 전주로 이전하여 해리스 선교사와 결혼하였습니다. 해리스 선교사는 서문 밖에서 약방을 개설하고 환자를 치료하면서 선교하고 있었습니다.
데이비스는 결혼 이후에 더욱 더 안정되게 선교에 힘쓸 수 있었습니다. 전주의 선교의 문이 더욱 더 활짝 열렸습니다. 선교부는 정식으로 전주에 잉골드라는 여의사를 파견하여 병원사역을 시작하였는데 이것이 지금의 전주 예수 병원입니다. 그녀는 남편 해리스 선교사를 도와 전북지방선교를 위해 헌신의 삶을 살았습니다. 그녀의 사역을 통해 하나님은 역사하셨습니다. 그녀는 집집마다 가정방문을 통해 전도에 힘썼습니다. 한해에 1885명을 전도하는 열매를 맛보기도 하였습니다. 데이비스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를 따라다니면서 가난한 자와 병든 자를 심방하고 전도하면서 자랐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전도의 열정이 강하였습니다. 데이비스는 어린이를 누구보다도 사랑하였습니다.
전주 예수 병원에서 입원해 있는 어린아이들을 돌보고 그들의 친구가 되어 모두 예수님께 인도하였습니다. 누구보다도 혼신의 힘을 다해 환자를 돌보아 주었습니다. 데이비스 선교사는 병들어 힘들어하는 어린아이를 보면 견딜 수 없는 사랑으로 그들을 돌보아 주면서 예수의 사랑을 전했습니다. 그러다 그녀는 열병에 전염되고 말았습니다. 결국 데이비스는 그 병으로 41세의 나이로, 1903년 6월 20일 소천 하였습니다. 동료 선교사들은 그녀를 가리켜 '생명을 바쳐 선교한 여장부'라고 하며 애도 하였습니다. 데이비스 선교사의 희생적인 삶을 잊을 수 없었던 군산 영명고등학교 학생들은 성금을 모아 1958년 군산 선교지였던 구암에 기념비를 세웠으며, 그 땅이 개인에게 팔리게 되자 미국 남장로교회 선교부에서 전주시 화산동 외국인 묘지에 기념비를 옮겼습니다. 데이비스는 호남지방의 최초의 순교자가 되었습니다. 그 순교의 피는 헛되지 않았습니다. 순교의 피는 교회의 씨앗이 됩니다. 지금의 호남지역의 모든 교회와 그 성도들을 생각해 보면, 데이비스 선교사의 순교가 얼마나 귀하고 값지게 느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데이비스(J. Henry Davis)는 1857년 호주의 멜보른에서 태어났다. 그는 멜보른 대학과 대학원에서 문학석사 학위를 받은 뒤 법학 공부를 하다가 스코틀랜드 에딘버러 대학에서 신학을 전공했다. 신학 공부가 끝난 길에 누이가 선교사로 있던 인도로 갔다. 인도의 델리구인(the Telegus)들 사이에서 1년 반 동안 일하던 중에 건강이 나빠져서 멜보른으로 돌아가 고향 근교에서 초급학교를 설립하였다. 학교일에 열중하던 중 그는 1887년 한국을 방문했던 영국의 울프(J. R. Wolf) 중국 주재 선교사의 한국에 선교사가 필요하다는 호소문을 읽고 한국 선교를 결심했다고 한다. 데이비스가 한국 선교를 거론했을 때 교회로서는 선뜻 답변을 할 수 없는 처지였다고 한다. 1888년 빅토리아 교회 청년남녀들이 장로교 청년 성경연구 신우협회를 조직하고 멜보른 시 투락(Toorack)에 있는 데이비스의 모교회의 신우협회와 힘을 모아 데이비스를 초대, 오스트레일리아 선교사로 그를 한국에 파송하여 1889년 10월 그의 누이(M. T. Davis)와 함께 한국에 입국했다.
전도여행을 시작한 데이비스는 서울에 와서 언더우드와 함께 지내면서 한국말을 배워가며 언더우드의 교회일을 돕고 사전 편찬 일을 도왔다. 1890년 4월, 그는 선교 개척지를 찾기 위해 충청도와 전라도를 경유하여 부산으로 향했다. 그는 어학선생과 조수 한 명을 데리고 한문성경, 전도지, 금계랍(학질약)을 가지고 길을 떠났다. 그러나 낯선 풍습에다 언어소통도 안 되고 주민들은 그를 적대시하기까지 했다. 그의 전도 여행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주민들은 “양귀신, 양도깨비가 나타났다”고 적대시하며 대낮에 나타난 양도깨비로 알았다. 사람 대접도 못 받고 동물원 원숭이 구경하듯 비웃음과 놀림을 받았으니 그는 오죽이나 답답하고 서글펐을까? 그는 교통의 불편 등 피로가 겹쳐서 부산 도착 3,4일을 앞두고 중도에 그만 병에 걸려 쓰러졌다. 너무 무리한 선교여행을 계속했기 때문에 몸이 쇠약해졌던 것이다. 병에 걸려 쓰러진 그는 당시 1889년 12월 경상도 순회여행을 떠나 부산에 머물고 있던 게일(J. S. Gale)에게 구조를 요청했다. 4월 중순을 바라보는 어느 비 오는 날 오후, 비를 맞으며 게일의 숙소를 찾아온 사람이 있었다. “게일 선생님 계십니까?” “누구시오?” “서양 양반의 심부름으로 왔습니다.” 그가 가지고 온 편지는 편지라기보다 급한 전문 같은 거였다. “게일 목사님, 빨리 와주시오. J. H. 데이비스 올림”게일은 편지를 가지고 온 사람을 따라나섰다.
그의 안내를 받으며 다다른 곳은 민가에서 1.6km 떨어져 있는 다 쓰러져 가는 오막살이집이었다. 방문을 여니 데이비스가 누더기를 덮고 쓰러져 신음하고 있었다. “데이비스, 어떻게 된 일이요? 어디가 불편합니까?” 게일이 손을 잡고 묻자 데이비스는 고개를 저었다. “어디가 아픈지 모르겠어요. 일어날 수가 없어요.나를 위해 일해준 사람들의 품삯이 밀려 있는데 우선 품삯을 처리할 일이” 품꾼인 듯한 사람이 방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게일은 품삯부터 계산을 하고 데이비스를 일으켰다. “일어날 만합니까? 좀 힘이 들겠지만 나를 의지하고 내 숙소로 갑시다.” 비오는 길을 데이비스는 게일에게 매달려 가까스로 게일의 숙소에 도착했다. 게일이 마련한 간이침대에 그를 눕히고 빗물로 범벅이 된 젖은 옷을 벗기고 빗물을 닦아내니, 데이비스의 얼굴에 생기가 돌면서 안도의 빛을 띠었다.데이비스의 얼굴은 봄볕에 그을려 있었고 몹시 지쳐 보였으나, 그의 눈빛은 반짝이고 있었다. 게일이 먹을 것을 만들어 오자, 그는 먹어 보려고 무척 애를 썼다. “이제 게일 목사님을 만났으니 잘 먹기만 하면 회복이 되겠지요.” 게일은 데이비스가 몇 숟가락 뜨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가 일본인 의사를 불러왔다.
진찰을 끝낸 의사가 밖으로 나오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게일에게 말했다.“천연두에요. 다른 합병증만 발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밤이 되자 데이비스는 고열로 고통스러워했다. 서울에서부터 따라 내려온 이씨가 곁에 지켜 앉아 밤새 간호를 했다. 새벽녘에 이씨가 잠이 들자 데이비스는 게일에게 띄엄띄엄 이야기를 했다. “한국 사람들은 특별한 데가 있어요. 의리가 있습니다.” 그는 이씨의 충직함에 감사했다. “고마운 사람이에요.” 그는 한국인의 순박한 심성을 읽고 있었다. 땅에 묻힌 밀알이 아침에 왕진 온 일본인 의사는 진찰을 끝내고 나오면서 고개를 저었다. “급성 폐렴이 악화되고 있어요. 가망이 없습니다.”게일의 극진한 간호와 도움도 소용없이 의사가 다녀간 지 한 시간만에 데이비스는 게일의 손을 잡은 채 조용히 눈을 감았다. 데이비스에게나 게일에게나 부산은 더욱 낯선 곳이었다. 장례식을 도와줄 사람이 없었다. 더구나 천연두로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알면 마을 사람들이 펄쩍 뛸 판이었다. 게일은 데이비스를 따라온 이씨와 그동안 가깝게 지내던 몇 사람의 도움을 받아 마을에서 멀찍이 떨어진 외딴 산기슭까지 운구를 했다. 그리고 산골 마을 주민 두어 사람을 얻어 매장을 끝냈다.
데이비스가 세상을 떠난 때는 4월 15일이었다. 남은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그가 서울을 떠날 때 지녔던 한문 성경과 전도지 몇 장만 남아 있었고, 금계랍 등 몇 가지 약품들도 그냥 나누어 주었던 모양으로 돈도 없고 약품도 남아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 게일은 몹시 허탈했다. 서울에 기별을 하고 난 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데이비스를 묻고 온 외딴 산기슭만이 자꾸 돌아다보였다. 그러한 게일을 위로나 하려는 듯 뜻밖에 닥터 헤론과 펜위크가 서울에서 내려왔다. 헤론은 게일을 낯선 부산에 홀로 남겨두고 떠나려 하지 않았다. “게일 목사님, 서울로 돌아갑시다.” 게일이 헤론과 펜위크를 따라 서울로 돌아왔을 때 모두가 데이비스의 최후를 궁금해 했다. 게일이 목이 메어 전해 주는 데이비스의 이야기를 들으며 모두들 말을 잃고 있었다. ‘그렇게도 순결하고 그토록 열정적인 분이었고 능력있는 일꾼이었는데’ 데이비스는 한국에 입국하여 6개월만에 낯선 땅 코리아에 자신의 소중한 생명을 바쳤다.
그의 임종을 지켜본 게일은 “용감하고 진실된 마음으로 그리스도를 믿은 자로서 자신의 생을 한국에 바쳤다.”고 회상하면서 그의 선교 여행의 고충을 높이 평가했다. 제2의 데이비스여 일어나라! 데이비스의 별세 소식이 본국에 알려지자 오스트레일리아 본국 교회에서 한국 선교에 더 큰 관심과 열의를 가지게 되었고, “데이비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자”“제2의 데이비스여 일어나라”는 운동이 일어났다. 그 결과 빅토리아 교회 부인회도 한국 선교에 관심을 기울였고, 1891년 맥케이(J. H. Mawcete) 등 선교사들을 파송하여 경남 지방에서 선교 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했다. 부산을 위시하여 마산, 진주, 통영(충무), 거창 등지에서 활발히 교회를 설립하여 1893년 부산 최초의 교회였던 초량교회를 비롯, 부산진 교회, 동래 교회, 장전리 교회, 양산읍 교회가 개척되었고, 진주의 옥봉 교회, 마산의 구마산 교회(현 문창 교회) 등도 개척되었다. 교육기관으로는 부산일신여학교(1895)와 마산창신학교(1908), 의신여학교, 진주시원여학교, 광림학교 등이 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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