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부활절 행사들이 은혜가운데 성료 되었다.
시청 앞 연합예배에서 설교를 맡은 이영훈 목사는 '화목하게 하는 직분'이라는 제목의 설교에서 "예수님의 부활은 인류역사 최대의 기적이요, 기쁨과 감격의 사건이다. 예수님을 믿는 자는 죽음이 다가와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부활의 생명으로 다시 살아날 것을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날 저녁 제자들에게 나타나셔서 4가지 희망의 메시지를 선포하셨다."며 평화를 선포하신 예수님, 사명을 주신 예수님, 성령을 보내주신 예수님, 용서를 명하신 예수님을 전했다.
국가적으로 볼 때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나온 설교여서 그런지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북한의 어뢰공격으로 의심되는 천안호 침몰사건과 뇌물수뢰 사건으로 전정권의 총리가 구속될 위기인가 하면 좌익세력들의 ‘파업’협박은 여전하고 탤런트 최진영씨의 자살은 또 다른 자살을 낳을지 모른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한마디로 ‘희망’을 말하기에는 암울한 상황에서 시청 앞 집회는 나름대로 그 의의가 크다고 본다.
그런데 한국교회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어느새 ‘지방선거’모드로 돌입 한 것처럼 보인다. 벌써부터 교회가 여, 야로 나뉘어 예비후보들과 활발한 접촉을 하는가 하면 아예 담임목사가 출마를 위해 뛰는 교회들이 눈에 띤다. 물론 민주주의 국가에서 교회가 일정부분의 정치참여를 하는 것은 무난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선거 때문에 생기게 될 영적 공백 사태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또한 교회가 짊어지게 될 선거후유증과 그 비용은 어떻게 될지 우려 된다. 게다가 가장 심각한 것은 교회야 말로 선거법위반 사태가 벌어질 확률이 가장 큰 곳이라는 점이다. 이에 대해 세계성시화운동본부(총재 김인중 목사, 전용태 장로)가 오는 6월 2일 실시되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공명선거 캠페인 및 투표 참여 캠페인을 전개하기로 해 눈길을 끈다. 이를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을 역임한 전용태 총재(법무법인 로고스)가 작성한 기독교인의 투표 참여와 공명선거 지침이 전국의 각 지역 성시화운동본부에 내려 보내졌다. 이 지침은 자칫 교회에서 위반하기 쉬운 선거 관련 내용을 담고 있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단순 소개 넘어 지지 유도 행위, 법에 저촉’이라고 할 수 있다.
교회에 입후보 예정자가 참석 시 소속 신도에게 소개하는 경우에 단순히 참석 사실을 공지 또는 소개하는 행위는 무방하다. 그러나 단순 소개를 넘어 지지를 유도하는 행위는 법에 저촉된다는 것이다. 또한 교회에 입후보 예정자가 예배에 참석했을 경우 국가발전과 지역발전을 위한 일반적인 기도 내용은 무방하나, 특정인을 지칭하는 경우는 불가하다.
후보자가 평소 자신이 다니는 교회에서 간증을 할 경우는 어떨까?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경우 소속 신도인 입후보예정자로 하여금 선거와 무관하게 기도, 신앙 간증을 하게 하는 경우는 무방하다. 그러나 평소 다니지 않는 교회에서, 선거가 임박한 시기에 입후보예정자로 하여금 기도, 신앙간증을 하게 하는 것은 입후보예정자를 선전하는 행위가 될 수 있어 자제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선거와 관련된 발언이 있는 경우에는 선거운동 등 위법의 개연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즉 종교집회를 주관, 개최하거나 진행하는 자가 동 집회를 개최하면서 참석한 선거구민인 소속 신도를 대상으로 단순히 동정의 소개를 넘어 특정 후보자를 지지, 선전하는 행위가 부각되는 경우에는 직무상의 행위를 이용해 그 구성원에게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 되므로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제85조(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금지) 제2항의 규정에 위배된다. 특히 종교단체 소식지의 특정 난에 소속 신도의 입후보 사실을 취재, 게재하여 이를 선거구민인 신도들에게 배부하는 것 역시 특정 후보자를 선거구민에게 지지, 추천하는 행위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제93조(탈법방법에 의한 문서도화의 배부, 게시 등 금지) 또는 제254조(선거운동기간위반죄)의 규정에 위반 또는 저촉된다. 이밖에도 입후보예정자가 종교단체 자선음악회 기부금 제공에 대해서는, 자선사업을 주관하는 종교단체에 기부금을 제공하는 것은 공직선거법 제112조제2항제3호 마목에 따라 무방할 것이며, 축하광고를 게재하는 때에는 게재내용과 방법 등에 있어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자의 선전에 이르지 아니하도록 해야 한다.
이상과 같은 지침을 보더라도 이번 지방 선거 후 교회가 감당해야 할 후폭풍은 한 두 가지가 아닌 것 같다. 그런데 담임목사까지 출마를 하겠다고 나서고 예비후보들이 주일이면 교회마다 찾아다니며 예배를 드리는 등 교회가 본연의 역할을 감당해 나가기는커녕 부활의 의미를 되새기기도 전에 선거에 휩싸이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교회가 ‘희망’을 선포해야 할 이 때에 ‘선거’는 가장 희망과 거리가 먼 일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평화보다는 분쟁이 앞서고 사명보다는 이권이 앞서며 성령 보다는 사단의 세력들이 더욱 판을 치고 용서 보다는 상호비방이 난무하는 선거판에 왜 교회가 적극 개입 되어야 하는지 이해 할 수 없다. 공정선거를 바라고 감시기능을 강화하거나 지역의 청백리를 발굴해 내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교회가 정치에 깊숙이 개입한다면 희망보다는 절망이 더 많을 것이고 득보다 실이 더 많다는 것이 역사가 주는 교훈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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