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선거는 지방선거의 하이라이트로 손꼽힌다. 여야 모두에게 있어서 타 지역을 모두 내주더라도 절대로 지고 싶지 않은 지역이 수도 서울이다. 그렇기에 서울시장 후보로서 공천을 받는다는 것은 지방선거라는 전국 규모의 선거에서 ‘제 1선발’로 나선다는 의미가 있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인 2006년 1월, 당시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은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높은 대중적 인기를 자랑하는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을 후보로 기정사실화 했다. 이에 한나라당 내부에서도 경쟁력 있는 외부 인사를 영입해서 맞불을 놓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 시작했고, 지명도 있는 거물급 인사들의 실명이 거론되기도 했다. 당시 무소속이었던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 현재 국무총리인 정운찬 전 서울대학교 총장 등이 ‘외부인사’로 거론되던 인물들이다. 그러나 전략공천 또는 추대 형식이 아닌 ‘경선 실시’를 전제로 이들을 영입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런 상황에서 오세훈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한 건 2006년 3월부터였다. 당시는 강금실 전 장관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정도로 높은 상황이었으며, 연일 보도되는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후보들은 강 전 장관과의 가상 대결에서 20%p 이상의 격차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당지지율에서 열린우리당을 압도하던 한나라당이었지만, 이미지를 앞세운 ‘강풍(康風)’ 앞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것처럼 보였다.

‘강풍’이 서울시장 선거를 집어 삼킬 정도로 거세던 2006년 4월 7일, 정병국, 남경필, 박형준, 진수희, 이성권 등 한나라당 소장파 의원들은 오 전 의원의 변호사 사무실을 찾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지방선거 참여에 뜻을 두지 않고 있던 오 전 의원은 ‘경선 참여’를 호소하는 옛 동료 의원들에게 “고민해 보겠습니다”라는 말 한마디만을 남겼다.

결국 오 전 의원은 이틀 후인 9일, 서울시장 경선 참여를 공식 선언하고 당사를 찾아갔다. 그리고 그는 4월 25일 열린 경선에서 당원투표에서는 소폭 뒤졌음에도 불구하고 일반국민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보이며 한나라당 후보로 선출됐다. 그리고 약 한달 뒤 열린 서울시장 본선에서 그는 열린우리당 강금실 후보를 더블스코어로 제압했다. '한나라당 패배'가 유력시 됐던 서울시장 선거가 오세훈 후보의 등장으로 인해 '압승'으로 마무리된 것으로, 한나라당은 이로 인해 정권교체의 8부능선을 넘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4년이 지난 2010년 5월 3일, 오 시장은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한나라당 서울시장 경선에서 68%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로 선출됐다. 나경원-원희룡-김충환 등 쟁쟁한 후보들이 나서기는 했으나 4년 전에 비해서는 싱거운 경선이었다. 한나라당 당원들과 지지자들이 정파적 이해관계보다도 ‘본선경쟁력’에 주안점을 두고 후보를 선출했기 때문이다.

6.2 지방선거를 한달 앞두고 있는 지금, 오 시장의 어깨는 4년 전에 비해 더 무겁다. 혹시라도 이번 선거에서 패배한다면 서울시를 좌파진영에 내주는 것은 물론이고 2012년 대선에서 ‘좌파 집권’ 가능성도 높아지게 된다.

여론 흐름도 4년 전과는 다르다. 좌파진영이 열린우리당-민주당-민주노동당으로 3분됐었던 2006년과 달리, 지금은 좌파 전체가 한명숙이라는 단일후보를 사실상 선출한 상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오 시장이 한명숙 전 총리에게 앞서고는 있지만 한명숙-노회찬 후보단일화가 성사되고 오는 23일을 전후해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 정국이 형성될 경우, 서울시장 당선자를 속단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집권세력에 대한 견제 여론으로 인해 여당이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현실도 간과할 수 없다. 한나라당은 2009년 4월 재보선과 2009년 10월 재보선 당시 ‘수도권 참패’의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이미 한나라당의 지방선거 전선에는 ‘빨간불’이 들어온 상황이다.

오 시장은 이날 연설에서 “집권 중반에 치르는 선거, 그동안 여당이 승리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이런 위기를 뚫고 얻은 승리는 '서울 대첩의 기적'으로 역사에 뚜렷이 기록 될 것”이라며 “그동안 숱한 기적을 만든 여러분의 힘을 받들어 저 오세훈이 서울 압승의 선봉장이 되겠으며, 전국 6·2 지방선거의 대표 장수가 되겠다”고 밝혔다. 4년 전 강금실 전 장관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더블스코어 압승’을 거뒀던 오세훈 시장이 온갖 악재를 극복하고 또다시 위기의 한나라당과 우파진영을 구할 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