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4.19혁명 당시 혁명이 급진화하고 폭력화하는 것을 막으려고 이승만 전 대통령의 사퇴 과정에 직접 개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의 개입은 한국에서 폭력적인 민중항쟁과 급진적 사회혁명이 나타날 개연성을 미리 차단하려는 조치로 분석됐다.

홍석률 성신여대 교수는 17일 고려대에서 열린 '4월혁명 50주년 기념학술대회'에 참석해 '4월혁명과 이승만 정권의 붕괴 과정 - 민주항쟁과 민주당, 미국, 한국군의 대응'이라는 발표문에서 당시 미국의 외교문서집과 주한미국대사관이 미 국무부에 보낸 문서, 한국 신문, 당시 수기 등을 근거로 당시 상황을 소개했다.

홍 교수는 "주한 미국대사관이 2차 마산봉기 때 학생이 아닌 일반 시민의 참여가 두드러진다고 미국 국무부에 보고하자, 미 국무부는 4월15일에 마침내 한국 정치상황에 직접 개입하는 정책을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미 국무부가 부정선거 책임자 퇴출, 선거법 개정, 1958년 개정된 지방자치법 개정안과 국가보안법 독소조항 폐기, 참의원 선거 등의 내용이 들어 있는 각서를 이승만 대통령에게 빨리 전달하라고 주한미국대사관에 지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미국 정부가 4월11일 2차 마산봉기가 일어날 때까지는 이승만 대통령과 한국 정부 요인에게 구체적인 시정 조치를 촉구하거나 압력을 가하는 등 직접적인 개입 행동은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 "4월25일에 교수단 시위로 재점화된 민주항쟁이 26일 아침까지 이어져 대폭발을 예고하는 급박한 상황이 되자 당시 매카나기 주한 미대사가 김정렬 국방장관에게 전화해 이승만 사퇴를 촉구하는 방향으로 직접 개입하는 행동을 했다"고 주장했다.

매카나기 대사가 이날 오전 9시10분에 김 국방장관에게 전화해 `빨리 이승만 대통령을 만나 재선거를 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하게 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미국이 결정적인 순간에 이승만 대통령의 사퇴 성명이 발표되는 과정에 직접 개입한 것은 이 대통령이 퇴진하지 않을 때 큰 사회적, 정치적 혼란이 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도래했기 때문이라는 판단에서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또 "미국이 공산화나 기존 체제를 완전히 허무는 혁명적인 상황이 오는 것을 예방하려는 목적으로 개입 정책을 폈고, 한국 사태에 대한 미국의 책임 문제가 국제적으로나 한국 내부에서 제기될 가능성을 의식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