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지방선거의 최대 변수 중 하나로 손꼽히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선거 지원 여부가 ‘소극적 지원’으로 가닥이 잡혀가는 분위기다.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미래희망연대(구 친박연대)는 2일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재적 대의원 128명 중 91명이 참석해 ‘한나라당과 합당’ 안건을 대의원들의 만장일치 박수로 추인했다.

이날 노철래 원내대표는 “진보정권 10년 만에 보수정권을 창출해 나라의 품격을 높였는데, 보수정권의 안정적 운영으로 국민의 삶의 질을 보장하고 2012년에는 보수정권을 재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박계 또한 ‘2012년 좌파 집권 저지’라는 대명제에 동의한 것이다.

양당의 합당에 대해 박 전 대표는 말을 아끼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이번 합당이 박 전 대표의 묵인 또는 동조 하에 이뤄졌을 것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한 친박계 인사는 “박근혜 전 대표로서도 외부의 친박 정당으로 인해 지방선거에서 보수우파의 표가 분산되고, 한나라당이 패배하는 것은 바라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박 전 대표가 ‘짝퉁 친박연대’의 등장에 제동을 걸고 나선 사실 또한 눈여겨볼만한 하다. 한나라당과의 합당에 반대하는 이규택 대표 등 미래희망연대 출신 일부 인사들이 선진한국당과 손잡고 ‘친박연합’으로 당명을 바꿔 지방선거 출마를 시도하자 박 전 대표는 “그 당은 저와 관계없는 당”이라며 “‘친박연합’이라는 명칭을 쓰는 것에 대해 문제 삼으려고 한다. 법률적으로도 검토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08년 4월 총선 및 2009년 재보선과 비교할 때 괄목할 만한 변화다. 당시 박 전 대표는 일부 무소속 후보들이 ‘친박’을 주장하며 출마한 데 대해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았다.

영남지역 광역단체장 선거에 한나라당 내 친박계 의원들이 출마를 자제하고 있는 점 또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친박계인 서상기, 서병수 의원 등은 최근 대구시장과 부산시장 출마를 포기했다. 한 당내 인사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내 계파 싸움이 불거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 박 전 대표의 뜻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현재까지는 박 전 대표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거론되던 각종 시나리오 중에서 ‘소극적 지원’ 카드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선거대책위원장 직을 수락하거나 적극적인 지원유세에 나서지는 않지만, 친박세력의 돌출로 인한 보수우파의 분열을 바라지는 않는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박 전 대표가 한발 더 나아가 한나라당의 승리를 위해 선거운동에 앞장서줄 지는 불확실하다. 박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이성헌 의원은 지난달 11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한나라당에서 국민에게 공약한 약속을 철저하게 지킬 수 있을 때 본인이 나설 수 있지, 공약은 해놓고 나중에 ‘그때 표 얻기 위해서 한 것’이라고 이야기 하면 곤란하다”고 언급했다. 세종시 원안 처리가 박 전 대표 지원유세의 ‘필요조건’임을 시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