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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세리머니

2010년 03월 24일 (수) 09:5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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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난데없이 ‘기도 세리머니’문제로 기독교계와 불교계가 논쟁을 벌이고 있다. 사실 불교계의 딴지는 하루 이틀 문제는 아니다. 교계가 타종교에 대한 비난에 대해 자제하는 분위기라면 불교계는 집착에 가까울 만큼 교계의 여러 부분들에 대해서 ‘종교편향’이라는 논리로 접근하여 종교간 갈등을 부추기는 경향이 많다.
사실 불교계는 지난 1998년 DJ정권의 탄압으로 한동안 특정지역 승려들이 총무원을 장악했다는 설이 지배적이었다. 특별법을 만들어 불교정화운동을 막았던 아픈 역사가 있었던 것이다. 이른바 ‘12.23법난’으로 이후 불교계가 이전과는 달리 공격적 성향을 띄게 되었음은 부인 할 수 없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그 목소리가 오직 개신교계에만 맞춰지는 것 같아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마치 개신교계가 장로대통령의 출현으로 종교편향정책을 펴고 있다는 논리다. 사실 문화관광부의 종교관련 예산 편성이나 그 외의 정책들을 보면 오히려 개신교계가 ‘종교편향’이라고 외쳐야 할 판이다. 특히 지난 정권 때 ‘사립학교법’ 등은 개신교계를 아주 어려운 상황으로까지 몰고 간 사례다.
그런데 이번에는 축구선수의 ‘기도 세리머니’에 대해 또 시비를 걸고 나섰다. ‘선수 개개인의 종교 못지않게 시청하는 사람의 종교도 존중’하라는 말과 함께 세리머니를 교육으로라도 고치라는 것이다. 반면 김연아 선수는 가톨릭 신자로서 ‘스텔라’라는 영세명을 가지고 있는데 경기 전 성호를 그었지만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또한 메달은 골고루 땄는데도 불교계 단독으로 ‘불자선수환영대회’를 열기도 했다. 반면 개신교계는 이렇다 할 행사가 아직까지는 없었다.
사실 세리머니를 가지고 ‘교육’운운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벤쿠버동계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모태범 선수의 ‘막춤세리머니’는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며 어쩌면 예의 없는 행동이라고 여길 수도 있었다. 그러나 개성으로 받아들이고 전 국민이 즐거워했다. 기도 세리머니 역시 어쩌면 선수 자신의 개인적인 표현이고 엄연한 ‘문화’다. 이걸 교육으로 가르치라고 한다면 이건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무소유’로 유명했던 법정 스님은 생전에 “가장 훌륭한 종교는 나눔이요, 가장 아름다운 마무리는 이해”라고 말하며 종교간 이해와 대화를 가장 많이 역설했다. 물론 ‘다른 이름으로는 구원 받을 자가 없다’는 절대적 진리의 종교가 기독교라고 하더라도 가장 배타적인 자세를 견지하는 불교계의 큰 거목이 남긴 말이라면 의미심장하다고 생각한다. 종교간 갈등은 결국 사회분열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계종의 주장대로 ‘선수 개개인의 종교 못지않게 시청하는 사람의 종교도 존중’하자면 성호를 긋고 빙판장에 들어서는 피겨 스케이팅 김연아 선수도 ‘교육 대상’이며 지난해 연말 방송사 연예대상 시상식 때 “(앞에 상 받은) 모든 분들이 하나님께 감사드린다고 했는데 저는 제 마음속에 자리 잡고 계신 부처님께 감사드린다.”고 남우조연상 수상소감을 밝힌 탤런트 최준용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세리머니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하나의 즐거움이기도 하다. 프로축구연맹의 경우 올 해부터 ‘5분 더’캠페인까지 벌이며 세리머니를 더 즐거운 볼거리로 만들려고 노력한다. 또한 세계 여러 나라 선수들은 각자 자신의 종교에 따른 세리머니를 한다. 또한 십자가 목걸이나 불교의 ‘만’자 엠블럼 같은 상징물도 얼마든지 착용하고 운동을 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국가다. 게다가 다원주의 사회로 가고 있는 중이다. 카이스트의 경우 무슬림 학생들을 위해 기도실을 만들어주고 기도시간에는 강의도 피하며 그들의 금식기간인 ‘라마단’기간에는 식단도 바꿔준다고 한다. 엄연히 표현의 자유가 있고 비판 할 것은 비판할 자유도 있다. 또한 이런 ‘관용’들에 대해서 하나의 종교를 떠나서 상대의 문화를 이해한다는 측면이 더 많다고 생각 한다.
지금까지 법정 스님이 존경받았던 건 종교를 떠나 상대의 문화를 존중했다는 점이다. 물론 너무나도 종교적 행위에만 몰두하여 본질까지도 훼손하는 일은 피해야 할 것이다. 선수들 역시 이런 세리머니에 대한 관용이 지나치게 제약받을 경우 자칫하면 경기력 저하를 가져 올 수 도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 옛날에는 메달이든 골이든 뭐든지 귀하게 생각해서인지 그 행위 자체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한국 최초의 기도 세리머니를 한 이영무 감독이나 1980년대 초반 프로축구 ‘할렐루야’선수들의 그라운드 기도를 누가 비판했었던가?
그런 의미에서 이번 불교계의 항의는 좀 억지스러워 보인다. 종교편향을 떠나서 단순히 ‘개신교’가 했기 때문에 거부감을 갖는 것 같다. 사실 불교계는 ‘보리모니터회’등을 통해 지속적인 개신교계 반대운동을 해왔다. 그 이후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기도하는 장면이 사라졌지만 불공 드리는 장면은 더 늘어났다. 한국 드라마에서 속상한 시어머니들이나 상처를 입은 사람들은 대부분 사찰에 가서 절하는 장면이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국교가 불교인가? 개신교계에서 ‘종교편향’이라고 비난하는가? 불교계는 법정스님의 말을 몇 번이고 되뇌이면서 문화를 문화로 받아들이는 미덕을 보여주기를 희망하는 바이다.
이는 건국의 아버지 이승만 대통령이 종교가 달랐음에도 민족정기의 회복을 위해 수차례 국민들에게 유시(諭示)를 발표하고 조계종의 출범을 도와 우리 민족 전통의 불교를 회복시킨 건국정신에도 위배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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