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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의 양심
2013년 07월 02일 (화) 15:49:47 한기총신문 webmaster@ccnkorea.com

 지난 19876월 민주화항쟁 당시 명동성당에서는 매일 밤 시국선언이 잇따랐다. 당시 국민들의 민주화 열망은 대단한 것이었는데 특히 이 과정에서 사제들의 동참이 눈길을 끌고 수녀들이 명동성당 앞에서 가졌던 촛불미사라든지 종로5가를 중심으로 한 목회자들의 시국관련 평화행진은 국민들의 가슴에 깊은 인상을 가져다주었다. 민주화도 민주화지만 이들의 목적은 폭력으로부터의 보호와 평화 그리고 사제적 양심에 의거한 신자들의 보호에도 목적이 있었고 거짓과 불의에 대한 항거적 성격이 강했다. 한 마디로 말하여 진리를 말할 때는 말하고 침묵해야 하는 순간에는 침묵하며 고해성사가 필요한 순간에는 보호를 해주는 그런 차원이었다.

하지만 요즘 우리 사회에서 진정한 의미의 사제의 양심을 찾기가 매우 힘들어졌다. 목회자들의 비양심적 행태는 논문 표절부터 해서 세금포탈, 자신들의 치부를 감추기 까지 광범위하다. 수시로 말을 바꾸는 것은 물론 그 말이 번복 되도 뭐가 잘못된 건지 개념을 상실하고 있다. 어떤 목회자는 아예 전업 시사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데 그가 가끔 방송에 나와 이따금 내뱉는 말들은 섬짓한 선동에 가깝다. 물론 그의 동생이 유력한 정치인이었고 DJ정권 의 최대 수혜자였다고는 하지만 목회자의 신분을 빌어 저질러지는 선동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그러다 보니 평신도들은 그들 사제들이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를 귀담아 듣고 그대로 믿어 버리는 경우도 많다. 그러다보니 간증을 빙자한 4대강 반대운동이라든지 하는 황당한 사태가 일부 지역을 통해 빈번하게 일어났다.

요즈음 NLL 대화록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면서 가장 논란의 핵심은 이재정 전통일부 장관이다. 그의 화려한 말 바꾸기와 거짓말도 거짓말이지만 무엇보다도 그가 성공회의 사제라는 점에서 큰 실망감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통령출신 간첩으로 지적 받고 있는 노무현의 NLL포기여부를 둘러싼 공방은 반역에 대한 희화화된 표현에 불과하다. 포기라는 단어가 대화록에 직접 언급되어있지 않다는 종북야당의 변명은 일말의 양심마저 저버린 비열하고 더러운 넉두리에 불과한 까닭에 온 국민이 허탈해 하고 있는 형국이다. 비록 직접적인 포기라는 발언은 없지만 맥락으로 볼 때 사실상 포기로 이해된다는 언론기관의 보도도 부적절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차라리 노무현은 서해 NLL을 포기한 적이 결코 없으며 반국가단체 수괴 김정일에게 자진 상납한 것이라는 방송 해설위원의 판단이 서해반역사건의 진실을 잘 지적하고 있다고 본다.

이 상황에서 사제이면서 그 양심을 버린 이재정 전 통일부장관의 거짓말 퍼레이드는 대단한 실망을 주었다. 그는 수차례 대화록 자체가 없다는 식의 거짓으로 일관했다. 그가 사제이기 때문에 그 발언은 매우 중요하게 여겨졌다. 순진한 평신도들의 입장에서 이 말은 팩트로 받아들여지게 마련이다.

이를 의식한 듯 참여정부에서 통일장관을 지낸 이재정 전 장관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NLL(북방한계선) 논의사실을 부인한 자신의 과거 발언을 놓고 거짓말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데 대해 "NLL 자체에 대한 논의가 없었고, 공개된 회의록을 보더라도 아는 사실"이라고 지난달 26일 주장했다.

남북정상회담 당시 통일장관 자격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방북을 수행한 이 전 장관은 정상회담 직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에 출석해 결과보고를 하면서 NLL 문제에 대해 "거론하지 않았다"고 답변한데 이어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논란이 불거지자 "NLL 관련 논의가 없었다"고 말한 바 있다. 심지어 방송에 나와 NLL에 대한 이야기, 경수로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없었다고 까지 말했다. 하지만 공개된 대화록에는 NLL은 물론 경수로와 주한미군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이 전 장관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회의록에서 NLL을 옮기냐 안 옮기느냐에 대해 논의가 없지 않았느냐. NLL은 의제가 안됐다"며 노 전 대통령은 NLL에 대해 기본 합의를 따르자고 전제를 깔아놓았고, NLL 자체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선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여기서 '기본합의'는 남북이 19929월 합의한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2장 남북 불가침'의 이행과 준수를 위한 부속합의서를 지칭한 것으로, 남북 해상 군사분계선을 확정할 때까지 쌍방이 NLL을 존중한다는 내용이다.

이 전 장관은 "남북정상회담에서는 NLL 자체에 대한 논의가 아닌 NLL로 벌어지는 갈등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한 것"이라며 "이 지점에서 우리는 서해평화협력지대를 제안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는 노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이 있었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에 반박하는 차원에서 강력하게 얘기할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거짓말에 대한 나름의 변명인 셈이다.

사제의 양심을 저버린 이 전 장관의 행보를 보면 요즘 한국교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문표절을 비롯한 목회자들의 비양심적 행태와 더불어 비난 받아 마땅한 행위라고 본다. 특별히 목회자의 입장에서 말 한마디는 다른 어떤 사람들의 발언보다도 더 신중해야 한다. 한경직 목사님이나 김수환 추기경이 사회적으로 존경 받는 것은 바로 말 한마디, 한마디에도 진실을 담으려 했다는 점이다. 하나님 앞에 서원한 사제의 양심을 통해 삶이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 가려고 하는 노력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게 여겨지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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