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21일 지난해 광우병 보도로 촛불폭동의 불씨를 당긴 MBC PD수첩 제작진이 무죄 판결을 받은데 대해 “한마디로 당혹스럽다”며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인 법원이 법률에 의해서가 아니라 판사 성향에 따라 이렇게 판결이 달라지고 있으니 국민들이 어떻게 납득하겠느냐”고 말했다.

정 전 장관은 이날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작년 남부지법 1심 판결, 그리고 서울고등법원 2심 판결을 통해서 다섯 가지 왜곡, 과장, 허위 사실을 정정보도 하라고 판결을 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정부 정책에 대한 방송의 비판 기능에 대해서는 “당연히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방송이 자유만큼 책임도 질 줄 알아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정 전 장관은 이번 판결 중 가장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을 PD수첩이 ‘주저앉는 소(다우너 소)=광우병 소’로 몰고 갔는데도 이를 ‘허위보도’로 인정하지 않은 점을 꼽았다.

정 전 장관은 “미국이 소 1억 마리를 키우고 있는데, 광우병에 걸린 소가 한 마리도 없다”며 “광우병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광우병 소’로 자막을 막 내보낸 것을 어떻게 허위가 아니라고 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광우병 소는 물대포 쏘면 굉장히 신경질적 발악을 하고 난리가 난다. 한 껍질만 벗겨 들여다 보면 광우병 소가 아니라는 걸 그냥 알 수 있다”며 “그런데 그걸 확인도 안 하고 그냥 광우병 공포로 만들었으니 당연히 허위”라고 재차 강조했다.

또 아레사 빈슨의 사망 원인이 ‘인간광우병’일 가능성을 부각시킨데 대해서도 “아레사 빈슨의 밑에 자막을 vCJD(인간광우병)로 그냥 정리하고, 또 장례식에서 절규하는 과정을 넣어서 ‘아레사 빈슨은 인간광우병에 걸렸다’고 생각 안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며 “당연히 허위 보도였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는 이 같은 보도를 ‘의도적으로 거짓을 말하진 않은 것이다’고 판단한 재판부에 대해 “‘광우병 쇠고기 목숨 걸고 먹어야 합니까’라는 자막을 깔고 방송한 것이 무슨 의도였는지 그냥 나오지 않느냐”고 일축했다.

정 전 장관은 끝으로 “제가 ‘매국노’라는 악성댓글이 1천 페이지가 넘을 정도였는데, 역사 속에서 사실이 사실대로 알려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 소임이라고 생각한다”며 “역사의 판단을 확실하게 하고 넘어가야 국가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는 소신 때문에 (소송을)하고 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어 같은 방송에 출연한 PD수첩 제작진의 변호인인 김형태 변호사는 정 전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며 ‘공익 목적의 보도’였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PD수첩은 쓰러지는 소를 보여주면서 ‘이 소들이 광우병에 걸렸다고 단정할 순 없다’고 했고, 보도 내용 중에 다우너 소가 광우병 가능성이 있다 없다라는 얘기는 안 했으며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다우너 소는 무조건 도축하지 말라는 명령을 내렸는데, 이는 다우너 소가 광우병 위험성이 굉장히 높기 때문이고 ▲미국에서 최근 사료금지조치를 강하게 내린 이유 역시 다우너 소가 굉장히 위험성이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또 아레사 빈슨의 사망 원인을 vCJD(인간광우병)로 자막처리 한 데 대해서는 ▶본인이 vCJD(인간광우병) 의심이 든다고 여러 차례 얘기했고 ▶당시 아레사 빈슨도 인간광우병으로 알고 소장을 냈으며 ▶보도시점에는 미국도 ‘인간광우병 의심이 든다’고 판정했다고 해명했다.

다만 김 변호사는 “한국인의 94%가 광우병에 걸릴 위험성이 있다”고 보도한 부분에 대해서는 오보임을 인정했다. 그는 “한국인의 94% 정도인 MM형이 광우병에 취약하다. 그런데 ‘한국인 94%가 광우병에 결릴 위험성이 있다’고 한 건 실수”라면서도 “그렇지만 그 보도의 큰 뜻은 ‘한국은 광우병에 걸릴 위험성이 크다’라는 게 본래 하고자 했던 내용”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