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이 혁신파 강기갑 신임대표 등 2기 새 지도부를 출범시킨 가운데 공식 석상에서 창당 후 처음으로 애국가를 불러 눈길을 끌었다.

통합진보당은 15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2기 지도부 출범식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강 대표 등 지도부와 참석 당원들은 당 깃발과 함께 단상에 걸린 태극기를 향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애국가를 제창했다.

통합진보당의 전신으로 지난 2000년 창당한 민주노동당 시절을 포함, 당 공식행사에서 애국가를 제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이번 경선 결과에서 애국가 제창을 거부해 왔던 구당권파가 밀리고 혁신파가 새 당권을 잡은 것과 관련이 있다.

구당권파측 이석기는 앞서 지난달 15일 "애국가는 국가가 아니다"라고 발언해 논란을 빚었다. 통합진보당은 지금까지 공식 행사에서 애국가 대신 '임을 향한 행진곡' 등 민중가요를 부르는 등 국민의례 대신 '민중의례'를 해왔다.

이 같은 당의 방침으로 '종북 논란'이 불거지는데 대해 혁신파측 유시민 전 공동대표는 지난 5월 10일 당 전국운영위에서 "당 행사에서 애국가를 거부하는 것이 그렇게 가치 있는 일이냐"고 지적한 바 있다.

이어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민중의례'의 일환으로 계속돼온 관행에 따라 '임을 위한 행진곡'도 불렀다. 이 모든 장면은 당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생방송됐다. 당 관계자는 국민의례 실시에 대해" 불필요한 종북 논란을 종식시키고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공당으로서 새로 태어나겠다는 쇄신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혈세를 받는 공당에서 애국가를 부르고 국민의례를 하며 태극기에 경례를 하는 게 무슨 커다란 일인 양 말하는 것이 참 코미디 같기도 하지만 종북주의자들의 집합체인 통합진보당으로서는 대단한 일일 것이다. 마치 탈북자들이 ‘인공기’라는 한국식 표기를 못 알아듣고 ‘공화국 국기’라는 북한식 표현에 익숙한 것처럼 통합진보당은 전신인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태극기와 애국가를 부인하는 집단이었다.

이 논란은 종북 주사파 이석기의 애국가 발언으로 붉어졌다. 이석기는 통합진보당 부정경선, 선거 홍보업체 CN커뮤니케이션스의 국고 사기 혐의로 여론의 도마에 올라와 있는 도중에 작정하고 기자들 앞에서 "애국가는 국가가 아니다", “진짜 종(머슴)은 종미(從美)에 있다"라고 자신의 속내를 여과 없이 드러냈다. 통합진보당은 원래 태극기와 애국가를 부정하는 세력이고 오히려 ‘인공기’를 존중하는 세력이니 이해는 간다.

이석기는 이외에도 기자들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여러 종북성 발언을 쏟아낸바 있는데 취재하러 온 기자들과 보좌관을 '일꾼', 시쳇말이란 표현을 '현장말'이라는 들어보지도 못한 북한식 말투를 자연스럽게 구사했다. 그것도 조,중,동이라고 표현하는 보수언론들의 기자들을 불러다가 종북성 발언을 쏟아낸 건 어찌 보면 자신들의 정체성을 이슈화 하여 과거 ‘색깔론’으로 치부하며 넘어갔던 시절의 수법을 그대로 써 먹으려고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 전교조 교사들이 ‘애국가’와 ‘태극기’에 대해서 이석기와 동일한 혹은 더 네거티브한 왜곡된 교육을 벌이고 있다고 해서 그 심각성이 대단하다. 이석기 사태 이후 애국가가 우리나라 국가가 아니라는 주장도 나오고 독재시대 만들어진 잔재물이라고 까지 가르친다고 한다. 인터넷에 보면 이러한 논쟁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그러나 ‘애국가’는 국가가 맞다. 1940년 상해 임시정부가 채택했고,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채택했으며, 제헌국회의 승인을 거쳐 정부수립식에서 불렀던 ‘공식 국가’다.

우리나라 ‘애국가’는 다른 나라의 국가와는 전혀 다르게 만들어졌다. 당초 애국가는 여러 종류가 있었다. 갑오경장 이후 각종 애국가가 나타나기 시작해 1896년에는 애국가 종류만 10여 가지에 달했다.

지금의 ‘애국가’ 가사는 항일운동을 하던 사람들 사이에 구전된 것을 바탕으로 1907년 4절까지 완전한 모습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곡은 일제의 핍박으로 1930년대 후반부터 유럽을 떠돌았던 故안익태 선생이 작곡했다. 1948년 8월 15일 정부 수립식에서 안익태 선생의 곡을 부쳐 지금의 ‘애국가’를 공식 연주하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애국가는 최근까지도 모든 국민이 ‘당연히’ 국가로 인식되었기에 별 다른 지정 규정이 없었다고 한다. 2010년 ‘국민의례규정(대통령 훈령)’을 바꾸면서, 국민의례를 할 때는 애국가를 부르도록 지정해 ‘국가’로서의 근거를 명시했다.

그럼에도 ‘종북세력’은 ‘사실’을 여전히 부정하며 북한과 비교한다. 김일성은 우상화를 시작하면서 자신 이외의 독립운동가는 철저히 부정했다. 항일운동의 근거도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진짜 항일운동’의 증거인 ‘진짜 애국가’를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한편 북한은 2009년 수정헌법에서 ‘국가는 애국가’라고 명시했다. 북한의 ‘애국가’는 1946년 조선노동당이 창설된 뒤인 1947년 박세영과 김원균이 만든 곡으로 우리가 아는 노래가 아니다.

통합진보당이 자신들의 종북성을 희석시키기 위해 단순하게 ‘애국가’를 부르고 국민의례를 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면 역사를 부정하는 것이 될 것이다. 또한 그들의 혁신의지 또한 그 진정성을 의심받게 될 것임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