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범대위의 기자회견과 성명서 발표에 이어 이번에는 기독교사회책임이 전국 목회자들에게 보내는 서신을 통해 길자연 목사의 용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사회책임은 “한기총의 모든 분란이 길자연 목사님께서 참회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오로지 독선과 권위주의로 일관한 데에서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 와서 길자연 목사님이 다시 대표회장으로 취임하여 모든 논란을 마무리하려 한다면, 그것은 세상과 교회를 농락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라고 밝혔다.

혹시라도 길자연 목사가 인준을 받는다면 한국교회의 미래는 참담해질 수밖에 없다”며 7월 7일 오후 1시 반 한국기독교연합회관에서 “새로운 한기총을 위한 기도회”를 열 계획이다.

또한 사회책임은 개혁을 위해 제도 뿐 아니라 사람도 개혁돼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는 내용의 “길자연 목사님께 드리는 편지”를 작성, 여기에 목회자들의 서명을 받을 예정이다. 이 서명운동은 길자연 목사가 퇴진하는 날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사회책임은 밝혔다. 다음은 사회책임이 전국의 목회자들에게 보낸 편지와 길자연 목사에게 보낸 편지 전문.

전국의 목사님들에게 한기총 관련으로 드리는 편지입니다.

안녕하십니까? 기독교사회책임의 김규호 사무총장, 서경석 공동대표입니다.

여러분께서 이미 알고 계신 것처럼 이번 7월7일 오후 2시에 기독교연합회관에서 한기총 임시총회가 열리게 되면 이 총회에서 길자연 목사님이 대표회장으로 인준 받게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할 것이면 무엇 때문에 지난 5-6개월 동안 한기총을 그토록 마비시켰는지 모르겠습니다. 온 국민에게 엄청난 실망감을 안겨 주고 이제 와서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길자연 목사님이 다시 취임을 한다는 것인가요? 한기총의 모든 분란이 길자연 목사님께서 참회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오로지 독선과 권위주의로 일관한 데에서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와서 길자연 목사님이 다시 대표회장으로 취임하여 모든 논란을 마무리 하려 한다면 그것은 세상과 교회를 농락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이번에 한기총 임시총회에서 길자연 목사님이 대표회장에 인준되면 금년 말까지 임기가 계속되는데 이 기간 동안 한기총은 마비상태가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세상이 길자연 목사님 체제를 도저히 인정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번 대표회장 인준을 도저히 승복할 수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대표회장 인준을 결정한 한기총 총대들까지도 우리는 한국교회 대표로 인정할 수 없습니다.

한기총은 이번 기회에 반드시 다시 태어나야 합니다. 그러려면 길 목사님이 대표회장으로 인준 받으시더라도 한국교회의 앞날을 위해 사퇴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본인이 이러한 생각을 갖지 않으신다면 공개적으로 요구해서라도 사퇴하시도록 해야 합니다.

사실은 한국교회의 어른들이 평소에 이런 문제에 대해 발언하여 한국교회의 수준을 높임으로써 적어도 이번 한기총 사태와 같은 한심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도록 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일들이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국은 비상한 방식으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길자연 목사님에게 사퇴를 종용하는 일은 참으로 힘든 일입니다. 인간적으로 못할 짓입니다.

대부분의 목사님들이 길자연 목사님의 사퇴를 원하고 있지만 공개적으로 의사표시를 잘 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나 누군가 광야의 소리를 외쳐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교회의 미래는 참담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누군가 결심을 하고 개혁의 봉화를 올려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손해볼 각오를 하고 나서는 분들이 있지 않으면 한국교회는 희망이 없게 됩니다.

이 문제를 가지고 몇 분의 목사들이 논의를 하다가 고심 끝에 한국교회를 사랑하는 뜻있는 목회자들과 평신도들이 결연히 나서서 돌들처럼 소리 질러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두 가지를 하기로 하고 이 소식을 기독교사회책임의 메일링 리스트를 통해 전국의 기독교인들에게 알려드리게 되었습니다.

첫째는 7월 7일 오후1시반에 기독교연합회관 지하층에서 기독교사회책임 김규호 사무총장의 사회로 “새로운 한기총을 위한 기도회”를 가지려고 합니다. 이 기도회에 한국교회를 사랑하는 많은 분들의 참석을 부탁드립니다.

둘째로는 아래에 별첨한 <길자연 목사님께 드리는 편지>에 목회자들의 서명을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이 서명운동을 길자연 목사님이 사퇴할 때까지 계속하려고 합니다. 서명의사를 밝히셔서 메일로 회신해 주시면 됩니다.

너무도 많은 목사님들이 우리와 생각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미래목회포럼, 기독교사회책임 등 대표적인 기독교단체들이 전부 길자연 목사님의 아름다운 퇴장을 희망하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어찌 이 분들 뿐이겠습니까? 국내외의 대다수의 목사님들이 한기총의 근본적인 개혁을 염원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담대하게 이 길에 나섬으로써 기필코 한기총의 근본적인 개혁을 이루어내십시다. 감사합니다.

김규호, 서경석 목사 드림.

길자연 목사님께 드리는 편지

길자연 목사님, 한기총 사태로 말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그 점에서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그리고 이번 한기총 총회에서 대표회장으로 인준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로서 지난 6개월에 걸친 한기총 사태는 새로운 국면에 돌입했습니다.

이번 한기총 사태는 한국교회에 엄청난 타격을 주었습니다. 지난 백40년의 기독교 역사 속에서 지금처럼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지탄을 받은 적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도 이번처럼 절실하게 교회개혁 없이는 복음전파가 불가능함을 깨달은 적도 없습니다. 오죽하면 한기총 해체운동까지 일어났겠습니까?

그동안 우리는 한기총 사태로 인해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으면서도 이번 기회가 반드시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어야 함을 수없이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사태가 얼핏 보기에는 길자연, 이광선 두 분의 다툼인 것 같지만 사실은 한국교회의 금권만능주의와 독선이 근본원인임을 처절하게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두 분이 다시 화해하고 봉합한다고 해서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옛날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이번 기회에 한국교회의 근본적인 개혁이 이루어져야 하고 새로운 한기총이 탄생되어야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이번 총회에서 많은 개혁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핵심적인 개혁은 아직 요원합니다. 금권선거의 가장 큰 이유가 2백개 교회 이하의 작은 교단 대표들이 돈을 받고 투표해 온 데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은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구조를 놔두고서는 금권선거는 절대로 척결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더 심각한 문제는 지금의 구조가 교단분열을 조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한기총의 어떤 교단은 너무 작다 보니 한 사람이 몇 년이고 총회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정규모 이상의 교단이 되지 않으면 한기총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어야 합니다.

그런데 한기총 개혁은 제도개혁만으로는 되지 않습니다. 새 푸대를 만들어야 하지만 새 푸대에 들어갈 술도 새 것이어야 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한기총을 보며 희망을 가지려면, 사람들이 의욕을 가지고 한기총에 모여들 수 있으려면 사람도 바뀌어야 합니다. 그래서 금권선거 뿐만 아니라 한국교회의 성장제일주의와 금권만능주의, 독선과 권위주의도 전부 청산되어야 합니다. 예수님처럼 섬기는 자가 되고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편에 서는 영성적 교회가 되어야 합니다. 큰 교회가 작은 교회 살리기에 앞장서고 더 이상 교단이 분열하지 않고, 자격 없는 신학교, 자격 없는 목사안수가 사라져서 사람들이 교회를 존경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더 이상 초대형 교회가 돈으로 한국교회를 지배하지 않고 교회의 크기와 상관없이 예수님처럼 사는 교회가 한국교회를 대표해야 합니다. 그래서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몰매를 맞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교회개혁의 봉화를 올릴 때입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옛날로 돌아간다면 한국교회는 희망이 없습니다. 이번 사태는 하나님께서 한국교회에 주신 마지막 경고이자 기회입니다.

길자연 목사님을 위시한 한기총 지도자들에 대해 정면으로 반대하려니 인간적으로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그러나 인간적인 문제 때문에 한국교회가 기사회생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칠 수 없습니다. 지금은 원칙을 분명히 세우고 이를 명확히 관철시켜야 할 때입니다. 이제 한기총 대표회장 자리는 더 이상 은퇴를 앞둔 교회 지도자가 거쳐 가는 명예의 자리가 아니라 한국교회 개혁의 사령탑이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길자연 목사님께서 꼭 하실 일이 있습니다. 대표회장 인준을 받으신 후 함께 일해오신 분들과 함께 아름다운 퇴장을 하여 한기총이 새 출발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시는 일입니다. 그렇게 하신다면 우리 모두는 길목사님의 결단에 크게 감격할 것입니다. 목사님께서 대표회장이 되셔서 하고 싶은 일이 많이 있으시겠지요. 그러나 모세가 가나안 땅에 들어가는 영광을 여호수아에게 넘긴 것처럼 그 일들을 차기 대표회장에게 넘겨주십시오. 그렇게 하신다면 한국교회는 길자연 목사님의 진면목을 새삼스럽게 깨닫고 하나님께서 이광선, 길자연 두 분의 지도자를 우리에게 주신 것을 크게 감사드릴 것입니다.

2011년 7월

한기총의 개혁을 염원하는 목회자들